휴가철만 되면 그렇게 물고빨듯이 하던 견순이가 애물단지가 된다. 맡길 곳도 마땅찮고 집에 두고가자니 불안한 탓이다. 그러던 것이 요즘엔 곳곳에 동물병원이나 개(犬)모텔이 생겨 하루 1만~3만원만 주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우리나라 애완인구는 1천500만명, 그 중 개 키우는 사람이 1천만명이 넘고 애완견이 300만마리에 육박한다는 게 애견협회의 추산이다. 가족관계 이야기에서 흔히 "아들 하나 딸 둘"하는 대답속에 개가 포함돼 있는 건 이제 더 이상 외국의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엔 TV속의 동물프로가 애완(愛玩)심리를 더욱 부채질한다. 동물사랑이 지나쳐 사치수준에 이르다보면 '사회적 위화감'이 생기기도 한다. '애완'은 있되 '애완문화'는 없는 탓이다.
▲무더운 날씨, 열대야가 찾아오면서 대구시내 공원과 강변 무너미터 등지에선 풀어놓은 개로 인한 공포감과 배설물 실랑이로 기분을 망친다는 시민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개들도 자연을 즐기며 산책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과 "개때문에 기분 망칠 수는 없지 않느냐"는 항의가 맞서 있고, 민원을 접수받은 행정기관도 그 와중에서 엉거주춤이다. 경범죄 처벌항목에 위해동물 관리소홀행위, 동물 방변(放便)방조행위란 게 있지만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도 아닌 것이다.
▲이럴 경우, 애완문화가 정착돼 있는 선진외국의 사례는 좋은 참고가 된다. 미국의 주택가에서 목줄이 채워지지 않은 채 혼자 돌아다니는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붙들려 간다. 즉 외출시 개에게 목줄을 채우는 것은 '의무'다. 개가 크건 작건 관계가 없다. 그리고 부지불식간에 나올 용변에 대비, 가급적 비닐봉지를 휴대한다.
용변 가리는 것은 물론 안돼, 이리와, 앉아 등 기본적 훈련도 당연시 한다. 사람을 물면 그 개는 여지없이 추방된다. 사람에게 사랑받는 만큼 개들도 지키라는 것이다. 일종의 불문율이요, 공동생활을 위한 사회적 합의다.애완의 완(玩)자는 노리개·장난감을 이른 말이다. 즉 사랑하여 가까이 두고 즐기는 대상이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남들도 인정하는 즐거움이어야지 나만, 내가족만 즐거운 것이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30%가 넘는 인구가 애완동물을 키우는 현실이라면, 이젠 관련 센서스도 필요하고 애완동물 전담부서도 행정기관에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구시 보건복지국 애완동물계(係)같은 것 말이다.
부서가 아니라면 최소한의 인력이라도 있어서, 각 지역에 어떤 동물이 얼마나 있고 그에 따른 취급점포·동물병원 및 질병현황·사료비용 등 애완동물시장에 대한 분석조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민간동물협회들도 여러가지 이벤트와 함께 애완문화를 함께 키워야할 단계에 와 있음은 물론이다.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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