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對北 강경기류 계속될 듯

서해교전 사건 이후 미국 조야의 대북기조는 한마디로 강경기류로 요약할 수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행정부는 지난 8일 미국 특사 방북계획을 공식 철회한다고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그 같은 강경기조에서 한 발자국도 뒤로 물러서지 않은 듯한 인상이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이태식 외교부 차관보는 23일 "서해교전 사건 이후 미국의 대북인식이 좋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혀 미국 조야의 그 같은 분위기를 간접 확인했다. 이 차관보는 향후 미-북대화 전망에 대해 "시간이 지나고 북한측이 긍정적 태도로 나와야 할 것같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물론 이 차관보는 서해교전 사태를 보는 시각에서 한미간에 기본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미국은 왜 이 시점에 서해교전이 일어났고 그 저의가 무엇인지에 예민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차관보의 발언을 뒤집어 보면 미국은 아직도 특사 파견 계획을 통고한 시점에 그 같은 도발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상파악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했다.

서해교전 도발은 미-북간 지나간 사건이 아니라 여전히 향후 미-북대화 재개와 관련해 살아있는 쟁점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서해도발 저의와 목적을 규명하지 않는 한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현 시점에서 ARF 외무장관 회담 참석이 유력한 백 외무상과 콜린 파월국무장관 간 회동에 대해서도 "현 시점까지 논의된 바 없다"고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백 외무상의 회담 참석은 북한측도 초청을 받았으니 자신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못박았다. 그는 다만 "북한측이 회담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논평했다.

이는 서해교전사건에 대한 북한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나 태도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그저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강경기류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차관보는 미국이 오는 8월 7일로 예정된 북한 경수로 기초부분에 대한 콘크리트 주입식 참석과 관련해 잭 프리처드 대북협상담당 대사의 방북건에 대해서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같다고 전했다. 미국의 그 같은 유보적 입장도 브루나이 ARF 회담에서 북한측 태도를 지켜본 뒤 이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백 외무상이 ARF 회담에 참석하면 그 때 북한측 태도를 지켜보고 대북현안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되 만약 백 외무상이 지난해처럼 전격 불참한다하더라도 전혀 괘념치 않겠다는 자세다. 한마디로 미-북대화 재개 여부는 북한측의 명확한 입장 표명과 태도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듯싶다.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부시 행정부내 외교안보팀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불신은 대단하다. 이번 서해교전은 부시 행정부내 대북 강경파들의 북한체제에 대한 불신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기류는 북한측의 태도변화나 전격적인 어떤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 한 기약도 없이 "계속 고(go)"할 것으로 워싱턴 관측통들은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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