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에 초달단(招革達壇)이라는 곳이 있어 범죄자를 단죄하는 자리에 그 부모가 나와 자청해 매를 맞곤 했다.
현 서울시내 파고다 공원 자리에 있었던 초달단은 주로 범죄자의 부친이 나와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이 더 큰 죄"라며 매를 청해 '부자 속죄단'이라고도 불리웠다.
부자가 같이 매를 맞는 장면이야 볼썽 사납겠지만 이 기막힌 초달단 부자 회동이 부정(父情)에 대한 자식의 감동으로 이어지면서 부자유친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 연대 책임의식이 발동, 범죄자의 재범 방지에 큰 몫을 했다고 한다.
만약 지금 이런 곳이 있다면 과연 자식의 개과천선을 위해 선뜻 이 단위에 올라가 바지를 내릴 부모가 얼마나 있겠는가.
권력있는 사람은 압력을, 돈있는 사람은 매수로 불법 구명운동이나 벌여줘 자식들이 죄를 짓고도 죄책감마저 제대로 느끼지 못해 끝내 자식을 망치는 결과를 초래하는 부모는 많을지 몰라도.
◈세계가 인정하는 '비리공화국'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간판 공약으로 내걸었던 공직사회 부조리 척결은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정도로 소리만 요란한채 끝내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무슨 권력형이니 친인척비리니 하는 새 비리 모델만 잔뜩 양산해 놓은 데다 고단위 처방으로도 치유가 어려운 악성 비리가 만연돼 비리공화국이라는 오명만 얻고 말았다.
이 정부가 마감시한을 불과 반년여 앞두고 또다시 비리척결 관련 법·제도 신설을 들고 나온 것은 그 취지야 어떻든 간에 발상자체부터 대단한 뱃심이다.
최근 부패방지위원회가 발표한 공무원 행동강령 권고안은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의식한 탓인지 공직자 가족들의 청렴을 강조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궁여지책에서 나온 시대착오적 발상에다 연좌제 도입이라는 비난도 있겠지만 초달단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특히 가족들간 비리 개입경계는 과거 윤리강령에 비해 진일보한 대목으로 잘만 활용한다면 예상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제도도 지난 99년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에 가족연대 책임을 추가한 정도에 그쳐 과거처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 또다시 전시용에 그칠 공산이 크다여·야는 최근 가칭 '대통령 친인척 부당행위 방지법'을 마련하는데 의견일치를 본 모양이다.
만약 이 법이 계획대로 성문화 된다면 그 제목부터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법으로 한국이 비리 공화국임을 법을 통해 선포하는 꼴이 된다.
입법 명분이야 어떻든 간에 국제적 망신에다 연구대상 법 후진국으로 낙인 찍혀서야 되겠는가.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최근 비리 방지 법·제도 도입이 예고되면서 하위직 공무원들 사이에 매우 강력한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법이 부족해 부패 했는가''누구를 겨냥한 법인지 모르겠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지' 등. 사실 공직자들의 비리를 경계하는 법이야 형법, 공직자 윤리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비롯한 특별법 등 얼마든지 있다.
큼직한 비리와 부정이 터지면 그때마다 여론 무마용으로 법과 제도를 새로 만들다 보니 우리나라만큼 비리규제 법들이 많은 나라도 드물다.
◈'규범은 많고 처벌은 없다'
다만 법운용의 잘못으로 번번이 용두사미가 돼 규범은 있되 처벌은 없다는 식으로 일관돼 왔다.
특히 최고위 공직자들의 비리가 횡행하면서 비리 관련법의 사문화를 부추겨 법제정이 하위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엄포용에 그친 것도 사실이다.
상측부의 의식개혁이나 발상전환이 있으면 백법이 무용지물이다.특히 최고 통치권자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 척결의지가 성패를 좌우할 것인데 이들이 비리로 부터 초연하지 못해 고개를 들지 못하니 안타깝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공직자들의 청렴을 강조해 왔고 청백리는 선망의 대상이었다한 가문에서 국선 청백리(조선시대 청백리 선정방법 4가지 중 가장 권위가 있는 것) 1명을 배출하는 것이 판서 10명 나오는 것보다 영예롭다는 말이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비리왕국이 되고 말았는가.전 대통령이 축재로 법정에 서는가 하면 대통령 아들이 비리로 구속되는 사태만 초래하지 않아도 세계가 인정하는 비리공화국이 되었겠는가.
머리에 부은 물이 발치로 내려간다고 했다.내 위치가 머리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뭔가 달라져야 한다.
변제우 경북중부지역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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