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쏘시개마냥 작열(灼熱)하는 여름. 여름은 그러나, 냉(冷)한 물 흐르는 계곡과 폭포를 속살 안에 감추어 두었다. 활발한 창작력으로 주목받는 화가들이 올 여름 현장을 직접 찾아 '여름지상(紙上)산하전'을 연재한다.
깊은 계곡에 큰 비가 오니 마침내 하늘길이 열렸다. 대혜폭포(大惠瀑布).
이십칠m의 장막은 하늘로 마구 솟구치려 하고 있었다.
"떨어진다, 떨어진다, 떨어진다".
폭포는 귀곡성(鬼哭聲)을 지르며 함부로 바위에 제 몸을 굴렸다.
욕담(浴潭)에 추락한 물은 시퍼렇게 생채기를 내었다.
그곳에서 통곡하는 한 여인을 만났다.
젖은 소복자락이 서늘하였다.
서늘함은 쪽진 가리마에서 물기 낀 앞섶으로, 매끈한 종아리로 물보라를 뿌렸다.여인은 볕 드는 날 그늘에 숨고, 큰 물 있는 날 나온다 하였다.
사연을 물었으나, 통곡을 멈추지 않았다. "무에 급하여 서둘러 가시나요". 폭포가로 끌려가다 문득 대강이가 섬뜩하였다.
홀린 듯 빠져나온 길, 갑자기 섭섭하여 편지인 양 어린 갈대잎을 폭포에 띄웠다. 여인의 곡이 제법 멀리까지 잦아들고 있었다. 나는 정신이 아득하였다.
그림:권기철 화가, 글 :최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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