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뀌는 휴가 풍속도

가볍게 떠나야 하는 휴가. 일상탈출의 행렬이 이어지는 여름 휴가철이다. 가족회의를 거쳐 행선지를 정하고 부산스레 준비물을 챙겨 떠나면 푹 쉬고 올 수는 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특히 주부들의 경우 먹을 것·입을 것·비상약 등을 챙기고 신경 쓰다보면 떠나기도 전에 중노동이 시작되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주5일 근무제의 확산 예고와 실속을 중시하는 경향이 맞물리면서 휴가풍속도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다. 더 많은 구경거리와 놀거리에 치중하기 보다는 조용한 장소와 편안한 휴식이 휴가여행의 보배로 떠오르고 있는 것. 우리네 이웃들의 휴가 계획을 들여다 본다.

---자기자신 돌아볼 기회로

대구은행 본점 영업부 김세진(32)씨. 대학때 유럽 11개국 배낭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그는 올 여름 휴가는 말그대로 휴가답게 자신을 위해 투자할 계획이다. 입사 5년째 이지만 똑같은 생활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한번쯤 확실하게 벗어나보겠다는 생각이다.

휴가 조정이 있어야 하겠지만 휴가시기도 내심 9월초쯤으로 잡고 있다. 대신 이번엔 혼자 떠날 생각에 부풀어 있다. 설악산으로 떠날 작정인 그는 "단 며칠만이라도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가져 보겠다"고 말했다.

---성수기 지난 9월로 계획

대덕문화전당 '홈미니 정원'강좌를 맡고 있는 최은주(28)씨는 여행도 여행이지만 여름성수기는 콘도잡기와 숙박 요금 등 비용면에서도 이로울게 없기때문에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

"콩나물 시루 같은 해변에다 상인들의 바가지 요금에 진절머리 난다"며 "올 여름은 조용한 곳을 우선적으로 골라 책 몇권을 끼고 푹 쉬다 올 작정"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로 행선지를 정했지만 성수기를 피하니 콘도잡기도 수월하고 오붓한 시간이 될 것 같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시골고향 찾아 추억 되새겨

정보통신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김병원(40)씨는 시골 고향 선산으로 내려갈 작정이다. 매년 여름 아이들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기 위해 전국 피서지를 돌아다녀 봤지만 이래저래 스트레스만 쌓이는 불쾌했던 경험을 떨쳐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자신이 다녔던 시골 초등학교 교정과 개울가를 같이 다니며 어린 시절 추억을 이야기 해주면 아이가 좋아할 것 같아 이번 휴가는 과거로의 여행이라는 목표를 잡았다. "시골에는 보기만 해도 지긋지긋한 컴퓨터도 없을 뿐더러 이참에 휴대전화도 끄고 아이와 의미있는 시간을 가져볼 계획"이라고 말한다.

무궁화관광 김윤덕 부장은 "쇼핑이나 관광에 구애받지 않고 호텔에 그냥 머물며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는 여행상품을 찾는 경향이 뚜렷하다"며"가까운 동남아 등의 해외여행 경우에는 잠이나 푹 자다오면 좋겠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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