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재교육이야기-부모의 자세

영재교육에서 부모가 어떤 자세를 갖고 참여하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부모는 자녀가 영재성을 발현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방해자 내지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재능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는 지나친 기대 속에 남다른 학습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려고 애쓰며, 또 그 속에서도 뛰어나야 한다는 압력을 자녀에게 가하기도 한다.

영재들이 받는 심리적인 부담과 압력은 크게 두 종류이다. 먼저 자기가 도달하고자 하는 성취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불안과 초조감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은 부모의 지나친 기대나 동료들로부터 받는 압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영재들은 자신의 재능을 발현시켜가는 과정에서 종종 실패를 경험하며 이때 공포와 좌절을 느끼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이 A학점 대신 B학점을 받는 경우에 겪는 심적 부담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총명한 학생은 일반 학급에서는 최고가 되는데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지만 특수한 프로그램을 적용받을 경우 자신이 더 이상 최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면서도 이를 잘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아예 프로그램 참여를 거부하는 경우도 가끔씩 있다. 그 이유의 하나가 일반 학급에서 받아온 A학점을 더 이상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며 원인 제공자로 어머니의 압력이 가장 크게 꼽힌다.

자녀의 영재성을 제대로 발현시키려면 부모는 우선 개인적인 가치가 단지 자신이 이뤄낸 결과와 성공의 정도에만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녀들이 깨닫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일반적인 학교 수업이 불필요하고 사소한 일이라 여기며 지루함을 느끼더라도 인내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동료와 더불어 있음으로써 자신의 역할과 가치가 생명력이 있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재능이 부족한 동료들과의 접촉을 만류하거나 접촉 기회를 제한해 우월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자녀의 영재성 발현을 방해한다.

동료들로부터 받는 압력은 영재들의 의사결정과정에 심각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많은 영재들이 동료들로부터 놀림과 오해 같은 부정적인 반응을 경험한다. 어떤 일에 성공하면 단지 총명하다는 이유로 놀림을 당하며, 실패했을 경우 단지 실패했다는 이유로 놀림을 당하는 일도 많다.

이 경우 영재들은 동료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불평만 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쌓이게 되면 최악의 경우 모든 문제를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을 갖게 돼 사회성 발달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영재는 유전인자의 돌연변이적인 조합으로 천부적 재능을 갖고 태어나는 천재와는 다르다. 모든 어린이는 어느 한 분야에서는 평균 이상의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 그 재능은 발현되기도 하고 발현되지 않기도 하며, 일찍 발현되기도 하고 늦게 발현되기도 하며, 오랫동안 발현되어 있기도 하지만 일찍 사라지기도 한다.

여기에는 부모 특히 어머니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 자녀의 특기·적성을 세심하게 살펴서 그 분야의 재능을 발현시키도록 하는 것, 동료들과 더불어 생활하는 속에서 자신의 재능을 키워가도록 가르치는 것이 부모의 참된 역할이다.

남승인(대구교대 영재교육원 수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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