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법 지킨 사람 손해 안보게 해야

정부의 택지부담금 체납자 구제조치가 이뤄지면서 빚어지고 있는 '모순'은 한마디로 '세상에 이런 법도 있나'로 대변할 수 있다. 이 정황을 요약해보면 정부가 지난 89년 부동산투기억제책의 일환으로 만든 '택지소유상한법'에 따라 택지 200평을 초과한 땅에 대해선 부담금을 매겨 대상자의 약 90%가 1조3천억원을 제때에 냈고 나머지 약 1천600억원은 체납하는 바람에 지자체가 땅을 압류조치했다.

그런데 지난 99년 이 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남에 따라 최근 대법원이 부담금 체납으로 압류한 걸 해제해 주인에게 되돌려 주라는 판결에 의거, 결국 체납자만 부담금 면제조치를 받은 셈이다.

문제는 약 90%인 1조3천억원의 부담금을 이미 납부한 '성실납세자'에겐 현행 법체계론 한푼도 되돌려 줄 수 없다는데 있다. 이 법이 제정될 당시에도 사유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위헌소지가 있다는 여론이 있었으나 묵살하는 바람에 '부담금'을 안물려고 땅을 헐하게 급히 매각한 경우도 있고 200평으로 쪼개 판 사례 등 한바탕 북새통을 이뤘다.

그런데 그 부담금을 한푼도 물지 않아도 된다니 억장이 무너질 사람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그중에도 가장 억울한 케이스는 뭐니뭐니 해도 법대로 세금을 이미 낸 사람들이다. 정부가 하는 일에 이런 모순이 어디에 있으며 또 그게 잘못 됐으면 당연히 반환하는게 순리이다.

그런데 법이 없어 못내준다니 정말 소가 웃을 일이다. 이런 처사를 하고도 정부가 국민들에게 세금을 내라고 다그칠 면목이 있으며 또 어느 누가 세금을 꼬박꼬박 내겠는가. 우선 강력한 조세저항이 일건 뻔한 이치이고 그 손해는 정부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성실납세자들은 앉아서 당하겠는가. 아마 행정 소송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그 소송당사자들 가운데는 납세자 뿐아니라 부담금 때문에 택지를 헐값에 판 사람들도 가세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배짱으로 나올게 아니라 형평성을 잃은 이 사태를 원만하게 진정시키는 법체계 강구 등으로 '억울한 세금'은 되돌려줘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