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나이가 차츰 들면서

세상으로 난 자신의 창을 하나, 둘

닫아걸고 있다

사방으로 트인 창문 넘어

열정적으로 관여하고자 했던

골목길 안

이웃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되던

낡았으나 정겨웠던

옛집에 대한 기억의 파편들

서성거리다가

겨우 외로움이라는 통로로 난

단 한 개의 길만을 선택해

문을 굳게 닫아건다

이것이 또 하나의 출발을 향한

자유이자 (하략)

-이상규 '낡았으나 정겨웠던 옛집'

젊었을 때는 매사에 의욕적이다. 때론 불필요하게 남의 일에 간섭하고 이웃에 참견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느날 문득 나이는 불혹 지나 지천명을 바라보게 되고 세상일도 시들해진다.

흔히 말하는 사추기(思秋期)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때의 외로움은 혈기 넘칠 때의 외로움과는 다르다. 삶의 의미와 자유에 대한 진정한 모색이 이 외로움 속에 들어 있다. 여전히 외롭지 않다면 그게 문제이다.

김용락〈시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