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악기 대부분은 본래 재료가 지닌 특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자연의 소리를 얻으려는데에 나름대로의 뚜렷한 이유가 있다. 한마디로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소박한 삶이 그곳에 생명처럼 배어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고분에서 출토된 토기에 새겨진 가야금의 외양만 보더라도 천년의 세월을 단숨에 뛰어 넘으면서도 아직도 오동나무에 혼을 불어넣으려는 인내와 정성은 고집스럽기까지하다. 그래서인지 무대 위에서의 화려한 조명은 어쩐지 어색한 느낌마저 든다이는 철재료를 가져다 쓰는 서양악기와 달리 우리 음악문화 자체가 자연에 길들여져 있다는 이유일 것이다. 어디 악기뿐이겠는가? 선인들의 오랜 정서를 담고 있는 선율까지도 먼 옛날 고향길처럼 마다 마디 굴곡을 이룬다.
자연의 모습을 지닌 시조보 또한 심상유곡의 벽계수를 닮아 가인들은 선율보에 시상을 담아 쓰기를 좋아한다. 논리의 비약일지는 몰라도 우리음악 선율이 어쩌면 농촌의 옛 길과 흡사한 점도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하는 작은 소망이 잠재해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로보아 농현(바이브레이션)의 멋을 즐기는 우리음악이 직선을 거부함도 자연과 그 맥이 상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성격이 조급해진 원인이 있다면 직선적인 삶에 길들여진 조급함에서 비롯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요즈음 전국 어디를 가나 개발이란 명분에 가려 문전옥답이 대로로 변해가는 광경을 흔히 본다. 이로 인해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농토가 잠식되어감을 걱정하는 소리도 만만찮다. 길이 넓어질수록 오히려 우리내 살림살이까지 덩달아 바빠지는 이유를 예서 찾을 수 있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편리해진 것 못지않게 잃은 것도 많다. 인간관계에서도 훼손된 자연만큼이나 믿음을 되찾는 것 또한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닐성 싶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들의 무관심 속에 생태계는 계속 파괴돼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은 자연의 아픔일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의 아픔이기도 하다. 예측할 수 없는 많은 재앙, 바로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경고의 소리가 아닐까? 김경배(인간문화재.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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