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를 둘러싼 논쟁의 당사자인 청소년보호위원회나 여성계, 위헌(違憲) 제청을 한 법원, 이를 최종 심판해야 할 헌법재판소 등 3자구도를 보면 조선조 세종때 명재상으로 알려진 황희 정승의 삼시론(三是論)이 재현되는 양상이다. 양시론자(兩是論者)로 유명한 황희 정승의 일화를 비약시킨 삼시론의 유래를 보면 과연 황희 정승은 자기 주관이 있을까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다분히 해학적인 요소가 더 많다.
▲황희 정승이 남녀 하인이 다투는 걸 보고 먼저 남자 하인에게 그 연유를 듣고서는 "네 말이 맞다"고 한 후 다시 여복에게 물어보고서도 "네 말도 맞다"고 한 게 바로 양시론(兩是論), 그런데 곁에서 듣고 있던 황희 정승의 부인이 참다 못해 "두 사람이 다투고 있으면 누가 옳은지 판단을 해줘야지 모두 맞다고 해서 되겠느냐"고 힐난하자 황희 정승은 "부인의 그 말도 맞소"라고 했다니 16년 재상을 지낸 황희의 처세술의 일면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청소년보호위원회나 여성계는 '원조교제' 등 급증하는 청소년범죄의 재발을 막고 또 그 예방책으로 확정판결후에 심사를 거쳐 특히 죄질이 나쁜 범인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게 일관된 주장이다. 이런 공개제도는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도 이미 실시하고 있다는 외국 입법례까지 들고 있다. 점차 심각해지는 청소년 상대 성범죄양상을 보면 너무나 당연한 주장이다. 그런데 신상공개가 위헌이라는 어느 '범죄자'의 신청을 받아들인 법원쪽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신상공개는 그 자체가 사회적 처벌인 만큼 결국 2중처벌이고 위헌소지가 있다는 설명이 그것이다.
▲문제는 헌법재판소가 어느쪽의 손을 들어 주느냐에 달렸다. 만약 위헌이라는 판정이 내려지면 이를 추진해온 청소년보호위원회나 여성계 등은 '명예훼손'으로 거꾸로 고소를 당함은 물론 손해배상소송 사태까지 이어져 큰 사회문제가 야기될 우려도 짙다. 그래서 오는 9월 3차공개는 일단 헌재의 경정이 내려질 때까지 유보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 다툼은 가부간(可否間) 결론이 나겠지만 문제의 본질은 따로 있다. 여중생까지 가세한 '원조교제'나 소위 '영계'만 찾는 소녀매춘, '게이바' 성행, 인터넷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포르노 등등 성범죄를 더욱 양산시키고 있는 '사회적 풍토'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과연 우리가 얼마나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성(自省)과 함께 실질적 대책부터 세워 실천에 옮기는 것도 '신상공개'에 못잖게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싶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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