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北사과 미흡하다, 그러나…

북한이 25일 "서해상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무력충돌 사건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쌍방은 앞으로 이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공동노력을 기울여야 할것"이라는 '유감'의 전화통지문을 보냄으로써 정부와 우리국민에게 또 고민거리를 던졌다.

속뜻이 뭐냐, 유감표명이 사과 그 자체냐 아니면 딴 걸노리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수법이냐를 놓고 저마다 의견이 분분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바탕 싸운 상대방이 토라져 있다가 다시 말을 걸어오면 그건 화해하자는 뜻인데, 상대가 워낙 단수(段數)높은 북한이니까 액면 그대로 받기가 찜찜하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공이 넘어왔으니 받긴 받아야 한다.

그리고 만나서 따지고 요구하고 풀어나가는것이 장사의 기본, 외교의 기본, 대화의 기본이 아닌가 한다.북한은 지금 경제의 틀까지 '시장경제'가 가미된 수정주의로 바꾸는 판국에 남북경색 국면을 그냥 방치해선 곤란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침몰한 고속정을 인양할때 우리에게 사전통보하라"던 북측의 서해교전 직후의 기(氣)가 한풀 꺾여보이지만 그 속내는 짐작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일단은 만나볼필요가 있다. 장관급회담에 앞선 북측의 실무접촉 제의가 오히려 우리로선 유리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문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격인 북측의 태도보다 의표를 찔러 온 북의 제안에 반응하는 우리측의 성급함이다. "사과와 문책과 재발방지 약속 없이는 대화없다"던 우리가 그쪽에서 만나자고 하니 우리측 파트너인 통일부차관은 자다가 벌떡 일어난 사람처럼 즉각 '대환영'의 발언을 하지 않나 농림부장관은기다렸다는 듯 대뜸 "쌀 주겠다"고 나서지를 않나, 깃털처럼 너무들 가볍다.

이러니 늘상 당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그들이 전화통지문에서 무력충돌재발방지를 위해 '공동노력'하자고 했으니, 만나면 NLL(서해북방한계선)폐지를 들고 나올지 누가 알겠는가. 큰 기대는 말되 보따리는 잘 챙겨가야 한다. 북측 제안의 진실성을 잘 읽은 다음 '대화의 가치'를 따지라. 밑지는 장사도 너무 오래하면 화가 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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