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얼굴없는 독지가 4년째 성금기탁

"요즘 세상에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도록 하면서 꾸준히 선행을 베푼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요".경산시 북부동사무소에는 해마다 연말과 7월 복(伏) 더위를 전후해 얼굴없는 독지가가 각 50만원씩의 현금이나 쌀·라면 등 생필품을 보내온다.올해도 어김없이 라면 50만원 어치가 중복인 지난 21일 슈퍼마켓 배달원의 손을 통해 전달됐다. 4년째 되풀이되는 일이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달라는 이야기만 있을 뿐 보내는 사람이 누구이며 어디에 사는지는 전혀 모른다. 성금·성품을 대신 전달하는 이들도 누구냐는 질문에는 입을 닫고 고개를 저을 뿐이다.

북부동사무소의 총무담당 최미민씨는 "익명의 독지가가 경산시 대동의 한 주민일 것 같아 슬쩍 물어봤지만 아니라고 했다"며 "독지가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것을 꺼려하는 것 같아 더 이상 찾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사무소 측은 이름없이 전달되는 현금과 생필품을 매년 불우이웃들을 돕는 데 요긴하게 쓰고 있다.이날 전달된 생필품은 계양동의 조모씨 등 불우이웃 40가구에 나눴다.사무장 정병환씨는 "조그만 일에도 생색내고 과시하기를 좋아하는 요즘 세태에 정말 보기 드문 일"이라며 얼굴없는 독지가를 고마워했다.

경산·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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