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U)대회 일정 협의차 모나코 몬테카를로 국제육상경기연맹 본부로 가던 도중인 지난 22일 오후 5시쯤. 독일의 세계적인 축구스타 베켄바워와 저녁 약속을 해 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근처의 호텔에 도착했다.
도어맨이 반갑게 맞으며 한국에서 왔느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하니 "한국은 정말 대단한 저력을 가진 나라"라고 치켜세우며 "2002월드컵은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 하였지만 한국은 월드컵 사상 가장 성공한 대회를 치렀다"고 말했다.
짐을 옮겨준 벨맨 역시 "한국 축구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며 "한국은 이탈리아전과 스페인전에서 너무 체력 소모가 많아 우리 독일팀에게 졌지만 경기 내용면에서 한국이 더 멋진 경기를 하였다"고 치하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 가고싶다고 하여 "우리도 항상 당신을 기다리겠다"고 하니 그는 팁도 사양하면서 직접 물을 가져다 주는 등 최상의 친절을 베풀었다.수백차례 해외 출장을 다녔지만 이번처럼 감동적인 적은 없었다.
약속 장소에서 만난 베켄바워는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마자 큰 목소리로 "한국은 위대했다. 한국 선수들은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전후방으로 끊임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체력과 빠른 패스, 득점력 등은 정말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빨간 셔츠로 관중석과 거리를 수놓은 응원 열기와 관중들의 수준높은 의식은 월드컵 문화를 바꾸었다며 "그동안 한국을주시해 오면서 한국이 동양을 대표할 수 있는 국가로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었는데 이번 월드컵에서 현실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장 다음 월드컵 개최 국가로서 걱정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대구U대회에 초청하겠다"고 하니 "시간이 허용되면 꼭 방문하겠다"는 대답을 끝으로 아쉬운 작별을 했다.호텔방에 올라와서는 흥분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우리 대한민국이 해방 이후에 이런 경사가 언제 있었으며 일등 국민이라고 소리내어 외쳐 본적이 있었던가? 늦게 잠자리에 든데다 시차 때문에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새벽녘에 몇번이나 깨어나기도 했다. 다음날 몬테카를로로 가기 위하여 파리 남쪽에 위치한 세계적인 휴양도시 니스로 갔다.
숙소인 메르니안 호텔에 도착하니 자존심 강하기로 소문난 프랑스인 벨맨과 프런트 직원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한국은 위대한 나라라고 추켜세우고는 자기 나라 축구팀의 무기력한 공격과 예선전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해 창피하다고 말했다.
니스와 파리를 수십차례 방문한 적이 있지만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은 언제나 일본에서 왔느냐고 물었다.그러나 월드컵 이후부터는 프랑스인은 동양인만 보면 한국에서 왔느냐고 물어본다니 한국이란 국가 브랜드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는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니스에서 첫 밤을 보내고 새벽 5시20분쯤 니스 해변가를 붉은 악마 응원 티셔츠를 입고 달리니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 모두가 환호하며 '파이팅 코리아'를외쳤다.
숨차는 줄 모르고 단숨에 4km를 왕복했다.25일 국제육상연맹 본부를 방문하였더니 사무총장과 사무국장이 쇼파에 앉자마자 월드컵 이야기를 늘어놓았다.한국과 일본의 공동 개최인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은 성공한 대회였으나 일본은 이번 대회를 통해 색다른 인상을 심어 주지 못한 것 같다며 관중들의 응원 열기,경기후 질서정연하게 퇴장하면서 쓰레기를 말끔히 수거해 가는 모습 등을 보고 놀랐다는 얘기도 빠트리지 않았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는 대구에서 개최된 한국-터키의 3, 4위전 경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며 초만원을 이룬 아름다운 경기장과 한국이 졌는데도 관중들이 퇴장하지 않고 승리한 터키팀을 응원하는 모습은 세계를 놀라게 한 일이라고 말했다.
내년 대회 일정 조정에 대해서도 세계가 수준 높은 대구 시민들의 의식을 본받아야 한다며 대구 조직위가 결정하는대로 수용하겠다고 대답했다. 당초 완강히 우리에게 일정 조정을 요청한 국제육상연맹의 태도가 이렇게 쉽게 바뀐 것은 대한민국, 대구 시민이 훌륭하게 치러 낸 월드컵의 위력 덕분이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월드컵의 성공적인 분위기를 국운상승의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대구 U대회도 모든 대구시민들이 적극 참여하여 가장 성공한대회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결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몬테카를로에서 대구 하계U대회 집행위원장 박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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