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익명 시민 매년 100만원

"요즘 세상에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도록 하면서 꾸준히 선행을 베푼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요." 경산시 북부동사무소에는 해마다 연말과 7월 복(伏)을 전후해 얼굴없는 독지가가 각 50만원씩의 현금이나 쌀.라면 등 생필품을 보내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라면 50만원 어치가 최근 슈퍼마켓 배달원의 손을 통해 전달됐다. 4년째 되풀이되는 일이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달라는 이야기만 있을뿐 보내는 사람이 누구이며 어디에 사는 지는 전혀 알리지 않는다. 성금.성품을 대신 전달하는 이들도 누구냐는 질문에는 입을 닿고 고개를 저을 뿐이다.

북부동사무소의 총무담당 최미민씨는 "익명의 독지가가 경산시 대동의 한 주민일 것같아 슬쩍 물어봤지만 아니라고 했다"며 "독지가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것을 꺼려하는 것 같아 더이상 찾지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사무소 측은 이름없이 전달되는 현금과 생필품을 매년 불우이웃들을 돕는데 요긴하게 쓰고 있다. 최근 전달된 라면 50만원 어치는 계양동의 조모씨 등 불우이웃 40가구에 나눴다. 사무장 정병환씨는 "조그만 일에도 생색내고 과시하기를 좋아하는 요즘 세태에 정말 보기드문 일"이라며 얼굴없는 독지가에게 고마워했다.

경산.이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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