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의 계절이 돌아왔다.한국인의 공포적 감성코드에 가장 적합한 것은 역시 고전 호러. 한 맺힌 귀신이 긴 생머리를 풀어헤치고 '히~히~' 다가오는 그 소름끼침은 칼로 난도질치는 서양식 공포물과 달리 '서늘하다'.
2000년 데뷔작 '가위'를 통해 한국식 호러의 새로운 장르를 연 것으로 평가받는 안병기 감독의 신작 '폰'이 26일 스크린을 탔다. 영화는 고전호러의 감성에 휴대전화란 현대문명의 이기를 접합했다. 귀신들린 아이의 행동은 '엑소시스트'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이승을 떠도는 원혼의 등장은 '링'을 떠올리게 한다.
"혼자 거울 보면 내가 무서워요". 주연을 맡은 하지원은 '호러퀸'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폰' 시사회를 본 관객들이라면 6세난 은서우의 귀신들린 연기와 표독스런 대사가 압권이었다는데 이론이 없다.
잡지사 기자 지원(하지원 분)은 원조교제를 폭로하는 기사 때문에 끈질긴 협박을 받자 휴대전화를 교체한다. 하지만 이동전화 대리점에서선 011-9988-6644라는 번호밖에 선택되지 않는다. 어느날 무심코 지원의 전화를 받은 단짝 친구 호정(김유미 분)의 딸 영주(은서우 분)가 발작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영주는 엄마 호정이 아빠 창훈과 함께 있는 것만 봐도 싸늘한 질투와 광기가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고, 창훈이 호정에게 보내온 꽃다발에 음식물을 토해내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른다.
한편 지원의 원조교제기사로 모든 것을 잃은 차진우는 무심코 지원의 휴대전화를 받아들고, 창백한 한 소녀의 허상을 본 뒤 심장발작을 일으킨다. 의문의 죽음들과 휴대전화 번호의 관련성을 감지한 지원은 휴대전화에서 들려오는 괴성을 확인하고 발신자 추적에 나선다.
그 결과 전 소유자 3명은 이미 의문의 죽음을 당했고, 그중 한 명의 여고생은 실종된 상태. 지원은 실종된 여고생을 중심으로 계속 사건을 조사해 가는데 뜻밖에도 이 실종사건에 호정의 가족이 연루되어 있음이 밝혀지고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폰'은 고전적 호러를 휴대전화라는 현대 문명을 매개했다는 점에서 일본 영화 '링'이 비디오를 통해 죽음을 전달한 것과 닮았다. 휴대전화와 비디오라는 평범한 기기들이 공포의 도구로 변할때 공포는 일상으로 침범해와 충격을 더한다.
20억원 규모의 국산 공포 영화로는 비교적 제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 평단의 일반적인 반응. 마지막 장면에 대반전이 숨겨져 있는 만큼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것이 좋다. 개봉관 메가박스, 아카데미, 중앙시네마, MMC 만경관.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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