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간판' 단속 골머리

대구시가 '빨간색 간판' 규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는 지난 2000년부터 빨간색이 50%이상 들어가는 간판 설치를 일체 금지해 왔지만 월드컵이후붉은색이 한국을 상징하는 색깔로 떠오르면서 규정치 이상의 붉은색 간판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때문.

지역 중소 간판제작업체에 따르면 최근 가장 인기 있는 간판 색깔은 붉은색. 식당 및 상가는 물론 길거리 리어카까지 '레드마케팅'의 하나로 붉은색 간판을 선호하는 데다 시내 동성로 등지에는 월드컵때 내걸린 붉은 현수막이 아직까지 달려있을 정도다.

특히 상당수 상인들은 '적색이나 흑색을 전체 간판면적의 50%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시 조례제한 규정을 피해 구청 신고 대상이 아닌 6㎡ 이하 붉은색 가로간판과 세로간판 등을 정식간판 옆이나 출입문 등에 마구 달고 있다.

하지만 일선 구.군청에서는 단속인력이 3~4명에 불과해 신고대상이 아닌 소형간판은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

모 구청 관계자는 "관내 2만3천여개의 간판 중 절반에 가까운 1만2천여개 간판이 신고대상이 아닌 소형 간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적색 간판 규제에 반발하는 민원인들도 적잖다. 붉은색에 대한 거부감이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것.

최근 간판을 붉은색으로 바꾸려다 포기한 이모(29)씨는 "우체국의 경우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단속대상에서 제외됐다"며 "붉은색이 50% 이상이라 하더라도 시민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시민 정서는 이해하지만 U대회를 앞두고 외국관광객들에게 도시 이미지를 흐릴 수 있는 상업적 목적의 현란하고 조잡한 적색간판 규제는 불가피하다"며 "신고대상이 아닌 소형간판의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도시미관을 해치는 다른 원색 간판들에 대한 규제 방안도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