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근로자회관의 '아름다운 성 만들기 센터' 기획실장 정명란씨. 대학시절부터 남녀의 성차별을 극복해보겠노라 다짐하고 공부를 시작한 사람이다.
대학시절 여성으로는 드물게 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던 이가 대학원에서는 여성학을 전공했다.
일상의 성차별에 대항하며 살아왔던 그가 4년 전 성교육 전문가로 변신한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성은 쉬쉬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꼬마야 묻지마라, 세월이 가면 저절로 알게 된다"는 식이다.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시간을 정해놓고 가르치는 교육도 실제 성과는 거리가 있는 점잖은 교육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처럼 점잖지 못하다. 세월가면 저절로 알게 될 줄 생각했던 아이들은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더러는 상습 매춘을 일삼기도 한다. 사회적 통념과 개인간의 성정체성에 따른 혼란으로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성에 관한 무지는 청소년들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24세의 아가씨가 정확한 자신의 생리주기를 모르고 지내는 경우도 보았다. 결혼 생활 10년이 지난 부부가 성적인 가치관차이 때문에 이혼으로 치닫기도 한다.
초중등생은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성의 무지에서 헤어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나이에 따른 몸의 변화, 그리고 상대가 있기 마련인 성생활의 특성상 남녀간의 차이에 대한 학습이 필요한 것이다.
성을 제대로 알려는 노력은 여성의 권리를 찾는 또하나의 방식이기도 하다. 흔히 볼 수 있는 가정폭력, 성폭력, 아동학대 등은 개인의 인성 문제라기보다 성의 무지에서 비롯된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성교육은 여성학 강의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
성교육 전문가이기 때문에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하철에서 가방이 열린 바람에 강의를 위해 준비한 물품들이 쏟아졌을 때의 당혹감은 잊을 수 없다.
호기심에 가득 찬 눈들이 호루라기와 콘돔, 생리대와 자신을 번갈아 훑었다. 성교육 강사이니 '성적 기술'이 뛰어날 것이라고 짐작한 대학생이 '비기(秘技)'를 전수해달라고 매달리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있었다.
정명란 실장은 우리사회에는 업무와 여성을 혼동하는 관행이 남아있다고 말한다. 업무담당자가 아닌 여성으로 밖에 사람을 볼 줄 모르는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그는 끝까지 싸워나가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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