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삶-성서중 김미화 선생님

대구 성서중학교 1학년 10반 담임인 김미화(40) 선생님은 교단에 선 이후로 '사제 동행(師第同行)'이라는 말을 늘 가슴 속에 담고 실천해온 교사다.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그는 올해로 교직 경력 16년째. 그는 학교에서 '별난 교사'로 통한다. 오로지 아이들을 염려하고 가르치는 일에만 열중해 왔기 때문이다. 휴식시간이나 학교행사 때 그는 교사의 자리에 있기보다 늘 아이들과 어울린다.

자연히 주변에서 못말리는 별난 선생으로 인식케 된 것이다. 그는 점심도 교실에서 아이들과 같이 먹고, 야영활동 때도 아이들의 텐트에서 함께 잠을 잔다.

아이들과 벽을 허물고 함께 호흡하기 위해서는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는 게 김 교사의 생각. 교사의 권위도 중요하지만 서로가 허물없이 인간 대 인간으로 교감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

"인간 대 인간"…"선생님 짱"

학기말 시험기간인 이달초 김 교사는 성서중 여학생 교복을 맞춰 입고 출근했다. 학교에서는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이들은 "선생님 짱!"이라며 야단법석을 쳤고, 교사들은 호기심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보였다. 40세 교사가 학생차림이라니….

그가 아이들의 교복을 한번 입었으면 하고 생각한 것은 3년전부터다. 하지만 용기가 없어 선뜻 실천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번에 용기를 내 교복을 구입했다. 올해는 김 교사가 성서중에서 근무하는 마지막 해.

이 학교를 떠나야 하는 아쉬운 마음도 있고, 평소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다 이 방법이 가장 좋겠다고 판단했다. 아이들에게 교복을 한 번 입어보고 싶다고 말을 꺼냈더니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좋지요"라고 말했지만 "설마"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감행했다. 교복을 입고 집을 나서면서 20년만에 입어 보는 교복차림이 쑥쓰러웠다. 그러나 가슴 한 구석에는 설렘도 있었다.

그는 여름방학 전까지 몇 번 교복을 입고 출근했다. 다른 학교로 전근갈 때면 교복을 형편이 어려운 반 아이에게 선물할 생각이다.

아이들과 조짜 가정방문

김 교사는 학기초인 3월이면 예고없이 가정방문에 나선다. 학교에서는 교사의 가정방문을 못하게 하고 있지만 그는 개인적으로 매년 가정방문을 실시하고 있다. 혼자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구역에 사는 반 아이끼리 조를 짜서 함께 방문한다.

학생들의 집안 형편을 직접 둘러보고 학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보다 실질적인 학생생활지도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는 가정방문에서 아이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눈물지을 정도로 정(情)많은 선생님이다.

부모를 대신해 이런 아이들을 교사로서 따뜻하게 감싸주어야겠다는 마음을 얻게 되는 것이 가정방문에서 얻는 가장 큰 수확이라고 그는 말한다. 학교에서도 약하거나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보면 늘 가슴이 아프고 더욱 관심이 간다.

거동이 어려운 제자를 업고 학교 계단을 오르내리면서도 김 교사가 기쁜 마음으로 해내고 있는 것은 바로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교사로서의 순수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김 교사는 방학이면 희망하는 아이들과 함께 국토여행에 나선다. 땅끝마을, 청학동, 강원도 오지마을 등 여러차례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면서 친구가 되어주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거리를 남겨주기 위해 노력한다.

경북대 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교사로 임용된 그가 평생 사제동행을 실천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7년전 같은 학교에 근무하던 동료 선생님을 곁에서 지켜보면서부터다. 오직 아이들을 위해 헌신했던 그 선생님을 닮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그 선생님과 똑같이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김 교사는 말했다.

방학때면 학생들과 여행

김 교사는 아이들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시원찮은 연주 실력이지만 바이올린과 노래를 배워 반 아이들에게 들려주기도 하고, 장애인 학부모와 대화하기 위해 수화를 배우거나 영어책에도 손을 놓지 않는 등 언제나 열심이다. "선생님도 하는데 너희들도 못할 것이 없다"며 아이들에게 동기부여하기 위해 직접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핵으로 1년간 휴직하기도 했고, 아이 셋을 낳아 기르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형편이지만 그는 직접 가르치는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다짐이 어느 누구보다 강하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이 천성이라고 말한 김 교사는 퇴직 후 자신의 꿈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별 일도 아닌데 자기 일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꺼려 인터뷰가 조심스럽다는 김 교사는 자신에 대한 매스컴의 관심이 혹여 다른 교사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나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교사는 내년 신학기엔 다른 학교로 떠난다. 지난 5년동안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시간들을 뒤로 하고 새로운 얼굴들을 만나게 된다. 머무는 자리는 다르지만 또 다른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해줄 그는 아이들에게 영원히 기억되는 별난 교사가 될 것이다. '선생님에게 사랑을(To Sir With Love)!'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