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 ARF 입장 정리

남북한 및 한반도 주변 4강이 모두 참여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회의를 앞두고 정부가 서해사태 언급수위 및 남북외무회담 선(先)제의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브루나이 현지에 도착한 최성홍(崔成泓) 외교장관을 비롯한 우리측 대표단은 회의개막 하루 전인 30일에도 북측의 예상태도를 분석하며 전략을 점검하는데 골몰했다.

정부의 고민은 우선 북측의 서해도발 사태를 이번 회의에서 어떻게 다룰지 여부.서해사태에 대한 국내의 여론과 지난 25일 북측이 서해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이후 이어지는 남북·북미관계 진전희망 메시지 등 향후 한반도 정세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남북·북미관계의 진전 조짐에도 불구하고 지역안보정세 논의의 장인 ARF에서 서해사태 논의를 회피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우리의 강한 유감을 공개표명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과도한 대북비난은 자제함으로써 국제회의 석상에서의 남북간 논쟁을 피하고 최근 남북·북미간 화해 조짐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31일 회의에서 언급할 서해사태에 대한 우리 정부의 토론문안 하나하나를 막판 상황변화까지 고려해 가면서 손질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번째 정부의 고민은 남북외무회담 개최 여부.

북측이 서해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데 이어 미 특사의 방북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재천명하고 방북한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통해 미·일과의 관계개선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거듭 전달하는 상황에서 국제적 이목이 쏠려있는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과 어떤 관계를 가질지 여부가 고민인 것.

남북외무회담을 섣불리 선제의 할 경우 국내 보수진영의 반발이 우려되고, 그렇다고 해서 북미외무회담 개최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한측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 정부의 고민을 더해주고 있다.

정부는 일단 북측의 회담 제의가 있을 경우 당연히 수용한다는 방침이나 우리측의 회담 제의 여부는 백남순 외무상이 도착한 이후의 상황을 지켜볼 방침이다.

이같은 고민 때문인지 남북외무회담 개최여부에 대한 정부 당국자들의 언급은 신중하기만 하다.

최성홍 장관도 29일 밤 브루나이 공항에 도착한 뒤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계획이 없다"면서 "옆자리에 앉게되니 인사말은 하게 될 것"이라는 한마디 말만 남긴채 입을 닫았다.

정부 당국자는 30일 "자연스럽게 여건이 조성되면 회담을 안 할 이유는 없지만 그같은 여건 없이 우리가 먼저 제의하기는 맞지 않다"면서 "순리대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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