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반기 914억 순익 대구銀 김극년 행장

김극년 대구은행장은 요즘 '표정관리'라도 해야 할 듯하다. 대구은행이 혹독한 금융구조조정 태풍 속에서 공적자금 한 푼 받지 않고 독자생존한데 이어 올 상반기 최대 당기순익(914억원)을 올리는 등 경영여건이 날로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행장은 그러나 지난 2000년 2월 대구은행장에 취임했을 당시만 해도 참으로 답답한 심경이었다고 술회했다.

"당시 주변으로부터 가장 많이 듣던 질문은 '대구은행에 예금해도 괜찮냐'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은행들이 퇴출됐고 남은 은행들의 운명도 예측할 수 없는 백척간두의 상황이었지요. 그 때 대구은행의 부실여신 비율은 12%나 됐습니다".

김 행장은 당시 미국계 한 펀드로부터 대구은행에 2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2억 달러라면 당시 대구은행의 부실을 털어낼 수 있는 엄청난 자금인데다 그들은 김 행장의 임기를 보장해 주겠다는 옵션까지 제시했다.

김 행장은 그러나 고심 끝에 이같은 제안을 거부했다. 미국계 펀드 측이 대구은행 주식의 2대 1 감자와 부행장급 임원 추천권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의 주가가 2천원대에 머물던 시절 손해를 감수해가며 증자에 동참, 대구은행 살리기에 앞장 섰던 지역민들에게 감자라는 손해를 끼칠 수 없었습니다. 투자이익만을 노리는 외국계 펀드가 대구은행의 경영권을 장악한 뒤 다른 금융기관에 팔아 넘길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컸습니다".

김 행장은 대구은행 창립 이듬해인 1968년 행원으로 입행해 CEO까지 올랐으니 대구은행 역사의 산 증인인 셈이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지역민의 도움과 전 직원의 노력 덕분에 경영이 정상화되고 '클린뱅크'로 재도약하는 기반이 재임중 마련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대구은행은 기업설명회(IR)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올들어 국내외 투자가를 상대로 개최한 IR 횟수만도 42건. IR은 PR과 엄연히 달라 '있는 그대로'의 은행 성적표를 낱낱이 공개하는 자리다.

2001년 1/4분기 흑자를 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완전히 부실을 털어내 클린뱅크화하자는 내부 의견에 따라 대구은행은 일부러 적자를 낸 적이 있다. 내실을 다지기 위한 합당한 조치였지만 주가는 폭락하고 말았다.

지방은행의 한계상 스스로 알리기 전에는 서울 증권가에서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김 행장은 이 때 절감했다. 적극적인 IR 덕분에 지난해말 3%에 불과하던 외국인 지분율은 현재 21%까지 올랐다.

김 행장은 "대구.경북 지역민이 잘 되면 대구은행도 잘 되게끔 돼 있습니다. 작지만 강한 은행으로서 지역과 함께 꿈과 풍요로움을 나눠 갖는 대구은행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지역민들의 격려와 성원 바랍니다"라며 지역밀착 경영만이 대구은행의 살 길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해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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