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주5일 근무제 시대를 맞아 종교계는 늘어난 여가가 신앙생활에 부정적일 것이란 우려와 함께 오히려 신앙에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로 삼기 위한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올 초부터 중앙종무기관의 주5일 근무제를 전격 실시한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는 휴무가 길어지는 만큼 산사를 찾는 여행객들도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수련문화 개선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등 일찌감치 발빠른 대책을 마련해 왔다.
특히 월드컵 기간 한국불교의 진수를 전세계에 널리 알린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 시행으로 구축된 인프라를 적극활용하면 주5일 근무제로 변화될 국민들의 여가와 종교생활에 여타 종교계보다 적극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계종은 종단 차원에서 템플스테이로 확보된 불교문화 체험 공간을 신도와 시민들의 신행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을 세우는 한편 주5일 근무제를 국민의 여가 욕구 충족과 더불은 포교의 호기로 판단하고 있다.
대구 동화사는 외국인 대상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내국인 위주로 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백고좌법회가 끝나는대로적극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합천 해인사도 기존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상설화, 가족들이 산사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팔만대장경 등법보종찰 해인사의 문화유산을 느끼고 불교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도심사찰인 영남불교대학은 우선 1박 2일간의 여름 가족수련법회를 통해 주5일 근무제에 대응하는 한편 포교공간을 취미와 신행 그리고 보살행을 실천하는 종합복지타운 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해남 대둔사는 '대둔사 새벽 숲길'이란 주말 수련회를, 서울 봉은사도 가족단위 수행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전국의 사찰이 주5일 근무제를 대비한 산사 수련 및 문화체험 프로그램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동화사 포교국장 진오 스님은 "대부분의 사찰이 산 속에 있기 때문에 주말 여가 시간을 산사의 수려한 자연과 종교적인 경건한 분위기에서 자기성찰의 기회를 가지려는 국민들에게 불교를 더 적극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사찰의 더 적극적인 개방과 불교의 생활화 프로그래 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기가 될 것인가? 돌파구가 될 것인가?'
'주5일근무제'가 교회를 강타하고 있다. 주5일근무제 실시가 코앞에 다가오고 있지만, 현재까지 정확한 방향성을 잡고 있는 교회는 많지 않다. 한 목사는 "대부분 교회가 대처방법을 몰라 허둥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직까지 기독교계에서는 '주5일제 근무는 십계명에 위반되며 사회질서 붕괴, 국가경쟁력 감소 등의 위험을 안고 있다'는 목소리가 수그러 들지 않고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주5일근무제로 신도수.헌금 감소 등이 예상되는 대형교회들이다.
그렇지만 교계에서 점차 "주5일근무제를 시대의 추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여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갈릴리교회에서는지난달부터 금요일 저녁에 1부예배를 진행하고 있고, 순복음교회는 농촌, 휴양지 부근에 전원교회를 설립했거나 설립, 관심을 끌고 있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교회의 세력 재편을 가져올 계기가 될 것이며, 교회가 사회에 대한 봉사와 선교를 강화할 기회라는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대구지역 교회의 경우 '주5일근무제'에 대한 대비책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당수 교회들은 '십계명 위반'이라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히면서 제도실시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한 교회관계자는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지역교회들의 경우 상당수가 주5일 근무제에 대해 불쾌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고, 그렇지 않은 교회는 서울이나 지역의 다른 교회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가족 공동체적 성향의 소규모 교회들의 경우 '주5일 근무제'에 따른 대비책을 세워두고 있는 곳이 많다. 칠곡 영언교회(담임목사 이장환)의경우 주5일근무제가 실시되면 토요일 오전부터 전교인들이 자연캠프, 레크리에이션 등 공동체생활을 하면서 농촌교회 등에서 예배를 볼 계획이다.
이장환목사는 "사회적인 변화 때문에 교인들의 신앙심이 왔다갔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지금부터 교인들이 공동체적 생활을하면서 신앙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교인들을 훈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위기가 될지, 돌파구가 될지는 교회의 치밀한 준비 여부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주5일 근무제와 관련, 천주교계는 지난 20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가톨릭신문사(사장 이용길 신부)주최로 '주5일 근무제와 한국교회'주제 학술포럼을 열었다.
이날 학술포럼에는 전국 각 교구 사목신부 및 본당 관계자 등 500여명이 참석, 주5일근무제에 대한 종교계의 비상한 관심을 반영했다.
박정일 주교회의 의장(마산 교구장)의 기조강연으로 시작된 학술포럼은 박문수 서울대교구 미래사목포럼 회장의 '주5일 근무제가 신앙생활에 미치는 영향', 곽승룡 신부(대전교구 사목기획국장)의 '주5일 근무제하의 사목적 대처방안' 등의 주제발표와 종합논평으로 이어졌다.
주5일 근무제로 늘어난 여가에 따라 신자들의 주일 신앙생활이 소홀해질 것이란 부정적인 우려와 함께 이에 대한 새로운 사목대처방안이 집중토의됐다.
박문수 회장은 "주5일 근무제를 겨냥, 여가를 조직화하려는 기업 등 종교와 경쟁하는 대체물들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주5일 근무제의부정적 영향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고 전제한 뒤 △ 미사외에 부담없이 성당에 올 수 있는 여가기능 보충 프로그램 마련 △ 주일미사와 미사 중 강론 비중의 강화 △ 성당을 지역사회 문화공간으로 개방할 것 등을 제안했다.
곽승룡 신부는 "주5일 근무에 맞춘 신자 생활 중심으로 신앙 평생교육 시스템이 정비될 필요가 있다"며 "교회는 복음화를 위해 교구와 본당이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신앙 공교육의 학교를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존의 단체 중심 사목프로그램들은 가족 단위, 소그룹 중심으로이행돼어져야한다고 덧붙였다.
가톨릭 신문 이용길 신부는 "주5일 근무제의 도입은 소득원이 고정된 상태서 여유시간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오히려 교회생활이나 사회봉사활동이 더 늘어날 것이란 긍정적 예측도 가능하다"며 "신자들의 바뀐 생활주기에 맞춰 교회는 다양한 문화적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성당에서도 주5일 근무제 실시에 따른 논의가 막 시작되고 있다.대구 상인성당 최홍길 주임신부는 "주5일 근무제로 교회가 신자를 기다리지 않고, 찾아나서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최 신부는 "주5일 근무제가 본격화되면 주일을 지키는 신자가 격감할 것으로 보여 정상적인 신앙생활의 리듬이 흐트러질 것"이라며 "휴가지 현장에 성당을 설치하거나, 신자 중심 소공동체끼리 휴가기간중에도 신앙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주일미사에 참석치 못하는 신자를 위한 '대송'을 활성화하는 등 다양한 사목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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