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찜통더위 '한낮 열중 쉬어'

연일 계속되는 가마솥더위가 한낮 도시기능을 멈추게 하고 있다.건설 공사장, 제조업체 등 야외작업장은 한낮 뙤약볕에 견디다 못해 2~3시간 일손을 놨고 빡빡한 일정으로 짜여진 군부대 신병훈련조차 약식교육으로 대체되고 있다.

항상 수만명의 인파로 북적이던 대구 도심 동성로는 더위 때문에 유동인구가 평소의 2/3 수준으로 줄었고 손님 발길이 끊긴 일부 재래시장은 상가의 조기철시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대구시 북구 칠곡3지구 다세대 아파트 공사현장의 경우 낮기온이 30℃를 웃돈 지난 29일부터 연 사흘째 작업시간을 2시간 가량 단축시켜 휴식시간을 늘리고 일사병 예방을 위해 근로자들에게 수시로 얼음·수박 등을 제공하고 있다.

육군 50사단 신병교육대는 낮기온이 30℃를 넘어서자 야외 교육훈련을 중단, 조교시범교육으로 대체했고 야외활동을 계획했던 유치원이나 학원들도 연 사흘째 정상적인 교육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는 의사·산업위생관리사로 구성된 보건지원팀을 제철소 현장에 비상 투입, 용광로 주변 고열작업장 근무자의 건강관리에 나섰다.

포항의 토목공사나 아파트공사 현장에서도 찜통더위를 피해 일손을 놔버린 인부들 때문에 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포항시 이동일 토목계장은 "한낮 공사현장에서는 복사열 때문에 체감온도가 40도를 훨씬 넘어 움직이기도 힘들다"며 "인부들이 일당 4~5만원을 받기보다는 휴식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은 시가지 유동인구도 크게 줄였다. 대구 동성로를 비롯 칠성·서문시장 등 대구시내 재래시장을 찾는 발길은 평소의 절반정도로 감소했다.

칠성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는 김모(54·여)씨는 "날씨가 더워지고부터 냉방시설이 갖춰진 백화점이나 할인점으로 손님이 다 가버렸다"며 "더위를 피해 문을 닫는 노점이나 상점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또 일부 중국음식점 등에서는 종업원들이 더위를 먹어 다닐 수 없다며 한낮 배달주문을 거절하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한편 한낮 더위에다 열대야현상까지 지속되자 시민들의 야간활동이 증가, '올빼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구미 금오산 야영장에는 밤마다 아예 텐트에서 밤을 지새고 아침에 바로 회사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대구지역 백화점과 할인점은 해가 진 뒤의 야간 쇼핑객이 평소보다 30% 이상 늘어났고 팔공산, 비슬산 등 대구 인근 공원 주변 도로는 밀려드는 '야간 피서객'들로 인해 야간차량 정체까지 빚어지고 있다.

박정출·김성우·최두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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