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엄마손이 약손'

조선조의 명필로 널리 알려진 한석봉(韓錫峰)과 어머니간의 일화(逸話)는 언제 새겨도 '가없는 어머니 사랑'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캄캄한 밤, 아들에게 학문정진을 채찍질하는 백마디 말 대신에 몸소 행동으로 최대의 설득력을 발휘하는 극적(劇的)인 반전은 요사이의 잣대로 봐도 '만점짜리 학습효과'의 기준으로 삼을 만하다.

크기가 똑같이 보기 좋게 썰어 놓은 어머니 앞의 떡에 비해 크고 작고 제대로 쓴 게 없는 자신의 글씨를 보고 아들 한석봉은 할말을 잃었다는 게 우리가 아는 '조선 명필과 어머니'와의 가화(佳話)다. 떡장수 어머니 손이 아들의 자만을 일깨워 준 셈이다.

▲'엄마의 손이 약손'이라는 전래(傳來)의 말이 과학적으로 증명돼 화제다. 스웨덴과 캐나다의 신경병리학자 등이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인체는 엄마의 접촉이나 연인의 포옹 등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특수 신경조직을 갖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배가 아픈 자식의 배를 어머니가 어루만져 주면 어느 정도 고통이 해소되는 현상에 대해 인체의 신경조직과 관련해서 과학적으로 입증한 예가 없었다고 한다. 지난 97년 미국 마이애미대 피부접촉연구센터에서 '아기의 몸을 엄마가 마사지하면 아기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성장이 촉진된다'는 연구발표를 한 적은 었었다

▲스웨덴과 캐나다 학자의 연구를 보면 어머니의 자궁속에 있을 때부터 형성되는 가는 신경조직이 '약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인체의 신경조직은 감각을 전달하는 굵은 신경조직과 가는 신경조직 등 두가지 조직이 있다.

굵은 신경조직이 일반적인 감각을 뇌에 전달하고 가는 신경조직은 엄마의 애정과 같은 사랑의 감정을 뇌에 전달한다는 게 양국 학자의 핵심 주장이다. 엄마와 접촉할 때 뇌에 전달하는 '사랑의 감정'이 아들이나 딸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 결국 자식의 고통을 덜어 준다는 이론의 전개다.

▲동·서양 가릴 것 없이 어머니의 사랑은 지고지순(至高至純)이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란다. 신경조직상의 '사랑의 감정'이 성장한 자식들의 뇌에까지 전달될 정도로 무한한 힘의 발휘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가없는 어머니 마음이 '맹목적 사랑'으로 비쳐지는 일이 가끔 일어나 안타깝다. 장상 총리 지명자의 아들 국적 시비도 어떻게 보면 '맹목적 사랑'의 산물로 비쳐질 수 있다.

'총리가 될 줄 알았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라는 식의 튄(?)해명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래저래 한석봉 어머니의 불끄고 '떡썰기, 글쓰기 시합'이 새삼 교훈을 주는 세태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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