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열대야에 시달리며 에어컨도 틀고 선풍기도 돌리다가 문득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더위를 이기고 살았어요?" 하는 자녀들의 질문을 받고 보면 난감함이 앞선다.
이럴때 옛 사람들이 살던 집을 찾아가 건축물의 구조와 특징을 살펴보고 그 속에 살던 조상들의 생활을 되짚어보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자녀들에겐 시원한 한옥 대청마루나모깃불 피워놓은 마당에 앉아보는 것 만으로도 좋은 체험이 될 것이다.
안동 하회마을, 경주의 양동마을 등도 있지만 대구 가까운 성주 한개 마을도 대표적인 전통가옥 보존 지역이므로 체험학습의 장으로 손색이 없다.
▨가기 전에=한개 마을 소개와 찾아가는 길은 성주군 홈페이지(www.seongju.go.kr)를 찾아보면 된다. 문화유적 민속자료메뉴에 나오는 대산동의 집들이다. 전통가옥의 구조 등을 알아보려면 www.koreanfolk.co.kr이나 www.kihn.or.kr 혹은 hanok.gazio.com을 찾으면 된다.
▨찾아가는 길=대구에서 성주 가는 30번 국도를 타고 가다 신부 교차로에서 왜관, 월항 방면의 33번 국도로 4km쯤 가다보면 500년은돼 보이는 버드나무가 마을을 알리고 있다.
▨마을 살펴 보기=길이 여러 갈래로 나 있기 때문에 승용차는 마을 입구에 세워놓고 걸어 다니는 게 좋다. 먼저 마을 입구의 안내판을 읽다보면 한개 마을을 대포(大浦)라고 해두었다. 큰 나루라는 뜻이다. 지금은 마을 앞으로 흐르는 시냇가가 예전에는 배들이 오가는 나루였음을짐작할 수 있다.
마을 입구를 지나면 길이 크게 두 갈래로 갈라져, 제일 왼쪽 길엔 북비고택(대감댁), 교리댁, 월항댁, 하회댁, 한주종택, 등 전통 가옥들이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다. 오른쪽 길로 가면 현재의 한개 마을이 월봉공 이정현의 자손들이 사는 곳임을 상징하는 월봉정, 시원한 사랑채를 가진 경승당 등이 있다.
인심이 좋아 어느 집이든 주인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집에 대해 물으면 미안할 정도로 친절하게 대해주는 넉넉함을 만나게 된다.경승당의 이인영 옹은 휴대전화(011-510-0439)까지 가르쳐주며 누구든 언제라도 오면 잠자리를 제공해 주겠다고 했다.
▨한옥 체험 학습
△마을 배경 그리기=한개 마을의 자랑거리는 영남 제일의 '명당'이란 점. 안내판에 적힌 좌청룡 우백호의 설명대로 그림을 그려보면 왜 옛 사람들이 이곳을 명당이라고 했는지 스스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물의 특징 이해하기=자녀들에게 먼저 우리 건축물의 개략적인 특징을 알려주자. 먼저 우리 옛 건물은 단층이 대부분으로 2층 이상의 건물은 잘 없다. 이는 산이 많은 우리 지형과 조화를 맞추기 위한 것. 자연과의 공존과 융화가 자연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주자.
집의 골격은 대체로 육송으로 이뤄졌다. 나무의 재질을 그대로 살려 비틀리면 비틀린대로, 구부러지면 구부러진대로 멋을 낸 것 역시 자연과의 조화를 꾀한 것이다. 한개 마을 대부분의 집이 그렇지만 특히 교리댁이나 경승당의 마루 윗천장 서까래와 대들보를 보면 긴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집 구조 알기=한개 마을을 둘러보면 어느 집이든 같은 형태가 드물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집집마다 가진 독특한 구조를 그려보는 것도 좋다. 집주인에게 물어보면 세밀한 구조와 쓰임새도 알 수 있다. 중.북부지방의 'ㄷ'자나 'ㅁ'자 구조와 남부지방의 대표적인 일자형 구조가 각기 다른 날씨와 기후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지붕 구조 살피기=사람들의 머리 모양 차이만큼 전통가옥의 지붕도 유심히 살필 만하다. 한옥 지붕은 대개 장중하다 못해 무거운 하중을 느끼게 하는데, 이를 골고루 분산하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도 엿볼 수 있다. 서까래가 끝에서 부챗살처럼 벌어지는 '선자연' 기법과 지붕 끝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곡선 등을 통해 선조들의 미적 감각과 건물의 균형을 고려한 과학적 원리를 알 수 있다.
△마당 보기=전통가옥의 마당은 맨흙으로 비어 있어 자연과 하나되는 모습을 갖고 있다.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건물과건물을 연결해주는 통로이자 구심점 역할을 한다. 또한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이른바 '이벤트 공간'이기도 하다. 마당에서 일어난 일들을 상상해보면 옛날로 돌아가는 기분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루 공부하기=마루는 크게 툇마루, 대청마루, 누마루가 있다. 쓰임새가 각기 다르다. 방 앞에 복도처럼 딸린 길다란 툇마루, 손님을 맞이하거나 서로 만나는 공간인 대청마루, 그 옆에 또 하나의 한적한 누마루가 있다. 누마루에는 홀로 떨어져 있는 여유로움과 자유스러움이 있다. 아파트의 거실, 베란다의 기능과 비교해보자.
△담의 의미 알기=담은 집과 길의 경계선이다. 그러나 단순히 오고감을 막는 차원을 넘어 집 전체를 하나로 묶는 역할과 함께 일정한 모양과 크기의 영역을 만들어낸다. 직선과 곡선이 빚어내는 아름다움도 볼 수 있다. 도시의 흉물이 된 담들과 달리 흙담이 빚어내는정취를 느껴보자.
▨주변 둘러보기=성주는 유서 깊은 고장이라 둘러볼 곳이 많다. 세종대왕 왕자 태실이라든가 동방사지 7층석탑과 같은 유적지도 좋은 곳이다. 성주 '성밖숲'의 시원한 그늘도 좋다. 성밖숲에서는 마침 다음달 8일부터 11일까지 민족극 한마당이 열리기 때문에 또다른 구경거리가 될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미디어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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