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림이야기-화가의 열정

맺어지지 못할 남녀는 없다. 일부 예술가에게만 적용되는 얘기가 아닐까.10년전 원로 서양화가 김흥수(현재 83세)화백과 여류화가 장수현(41)씨의 결혼이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40년이 넘는 나이 차를 극복한 사제간의 참사랑'과 '할아버지와 손녀뻘의 나이차이…'라는 의견이 나뉘며 술자리에서 끝없는 논쟁을 불러온 사건(?)이었다. 8년간의 동거끝에 이루어진 결혼…. 그게 보통사람이라면 가능할까. 그렇지만 남녀간에 숨어있는 불륜이 아닌,떳떳한 결혼은 아름다운 법이다.

미술계에서는 사제간의 결혼이 유난히 많다. 여고교사 시절의 제자와 결혼했던 하인두(1930∼1989), 자신의 화실에 나오던 제자와 결혼한 남관(1911∼1990) 등이 대표적이다.한 화가의 얘기. "사제간에 맺어지는 경우 여자쪽에서 적극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개방적인 남자 화가라도 인습의 끈을 의식해 주저하는 게 보통이죠".

지역출신의 한 화가는 여러차례 결혼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유명탤런트와 계약결혼을 해 화제를 부르기도 했고,아줌마부대를 끌고 다닌다는 소문도 자자했다. 일부에서는 그의 생활을 놓고 비난을 하지만, 상당수 화가들은 그를 적극적으로 옹호한다.한 화가는 "그는 작품성향과 비슷하게 사람을 대할 때도 매우 솔직하고 열정적"이라면서 "그런 성향탓에 여성들이 주위에 몰려들어 사단이 많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60대의 피카소가 18세 소녀를 6개월간 쫓아 다닌 끝에 자신의 품에 안았다는 식의 스캔들을 너무 많이 알고 있다. 이런 것은 일부 성공한 화가에게 국할될 뿐, 대다수 화가들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얘기다. 이런 저런 이유로 결혼을 하지 못한 노총각이 수두룩하고, 대부분 화가들은 건전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

친구들은 필자에게 이런 질문을 가끔씩 던진다. "화가들은 화끈한 면이 많지?"화가들에게는 상당히 모욕적인 얘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선입견이기도 하다. 그럴 경우 나는 반드시 이렇게 대답한다."전혀 그렇지 않아. 다른 곳은 어떤지 몰라도 이곳은 대구야, 대구…. 아차 잘못하다간 입방아에 오르는 곳이란 걸 모르고 하는 소리는 아니겠지…".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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