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통신-정치인의 도덕성

장상 총리후보자가 '도덕성' 문제로 국회의 동의를 받지 못하고 낙마했다. 한나라당은 동의안이 부결된 후 "행정능력 이상으로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국민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했다. 나랏일을 잘 할 수 있느냐보다는 얼마나 깨끗하고 솔직한가라는 점이 공직자에게 더 우선적인 조건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정쟁서 가장 유용한 무기

정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잣대는 바로 도덕성이다. 부도덕의 굴레를 덮어씌울 때 확실한 항복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솔직하지 못한데다 깨끗하지도 않다"는 이유로 장 후보자를 나락으로 빠뜨린 의원들은 도덕성에서 안전하고 자유로울까.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후 민주당은 곧바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칼날을 들이댔다. "장 후보보다 더 심각한 흠결이 있는 사람을 대통령후보로 내세운 한나라당이 어떻게 동의안을 부결시킬 수 있는지 혼란스럽다"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의 여러 의혹들을 계속 추궁하고 규명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김대중 대통령 아들의 비도덕적인 문제로 여론의 외면을 당하고 있는 민주당은 "도덕적이지 못한 한나라당"을 부각시켜 활로를 찾으려 한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이 후보의 의혹건에 대해 한나라당은 펄쩍 뛴다. 이미 검증이 끝났거나 이 후보와 관련이 없는 부분을 "민주당이 정치공작 차원에서 악용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5대 의혹을 "5대 조작"이라고 역공하기도 한다. 대신 김 대통령 일가의 비리의혹을 전면 수사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는다. "도덕성 싸움에서 밀리면 대선은 치르나마나"라는 게 양당의 공통된 입장이다.

◈도덕성 밀리면 선거 끝장

국회의원들은 돈과 관련한 자신들의 처지를 이렇게 표현한다.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신세". 영광과 파멸 사이에 펼쳐진 외줄에서 자칫 떨어지는 날이면 곧바로 감옥으로 직행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외줄타기의 위험을 유발하는 독약인 정치자금은 그러나 우리 정치현실에서는 여전히 없어서는 안될 필요조건이다.

지역출신 어느 전직의원은 "나라 걱정하는 의원은 없고 모두 돈 걱정만 하더라"고 국회생활 4년의 소회를 털어 놓은 적이 있다.

지역의원 중에서 후원금이 많은 편에 속하는 권오을 의원은 "누구에게서 들어오는 돈이든 모두 후원금으로 공개하는 탓에 후원금이 많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초선인 김성조 의원은 "돈이 필요한 정치현실을 감안할 때 돈 없고, 돈을 만들지 못하는 의원의 정치적 장래가 과연 가능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논평은 한쪽이 의혹을 제기하면 한쪽은 억지라고 되받는다.

부도덕하다는 공격을 파렴치로 맞받아친다. 장 총리후보 청문회를 지켜본 어느 의원은 "도덕성의 문제가 언제 부메랑의 칼날이 되어 나를 치러올 지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서영관 정치2부장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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