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북한 '전향적 대화' 자세 보이라

오늘 금강산여관에서 남북장관급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시작되고 이어 이달중 장관급회담과 미 켈리특사의 방북, 그리고 국교정상화를 위한 북.일외무회담이 약속돼 있는 등 전례없는 북측의 호들갑이 오히려 걱정스러울 정도다.

이게 무슨 변덕일까? 우리는 여기서 북한도 이제는 전술적 화술(話術)의 구사, 벼랑끝 외교전략이라는 '낡은 옷'을 벗고 보다 진솔한 태도로 문제해결에 임해 줄것을 촉구한다. 그래야 국제사회의 신뢰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우리측 또한 급하면 떡주는 식의 대북정책에 연연할 계제가 이젠 아니다. 종국엔 서해교전까지 빚었고 그로인한 국제적 지지의 힘이 우리쪽에 실려있는 만큼 수년간 뜸만 들여온 철도연결문제, 서해교전 같은 무력 충돌 방지를 위한 구체적 대책까지 제기하고 논의할 수 있기 바란다.

이번 브루나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북한 백남순 외무상의 태도를 보면 북미관계에서 논의자체를 거부해왔던 재래식 무기 문제까지 대화테이블에 올려놓겠다고 할만큼 유화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 대화의 전망은 그리 밝지않아 보인다. 서해교전과 '경제적 궁지'에 몰린 북한의 '본의아닌' 선택, 전술적 후퇴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백남순 외무상은 파월 미국무장관이 제의한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제네바 합의이행.재래식 무기 감축 등의 3대의제를 일단 수용했으나 회담이 시작되면 그들은 평화협정.경수로 공사 문제.NLL(북방한계선)로 장기전으로 끌고갈 공산이 다분하다.

'회사사정이 어려울수록 고급차를 굴린다'는 식의 북한 협상스타일을 읽고있는 미국으로서도 첫 회담은 '이견(異見)획인, 재협상 날짜 결정' 정도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제 마라톤의 시작인 셈이다.

문제는 북.미대화의 전망이 어둡든 밝든 간에 한반도를 둘러싼 이 '새로운 변화'에 남과 북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럼즈펠드 미국방장관이 김정일정권은 교체대상이 아니라고까지 밝힌 마당에 북한은 더이상 허세를 부려선 안된다.

솔직히 테러지원국의 오명을 벗어야 북한은 국제금융기관과 유엔의 지원도 받을 수 있고, 서해도발 같은 무모한 짓거리를 하지말아야 우리국민들도 식량과 전력지원에 거부반응이 없을 것이 아닌가 말이다.

북.미회담에 앞서 있을 남.북회담에서 북측의 철도연결작업 개시 및 충돌 방지를 위한 고위 군사 당국자간 '핫라인' 설치같은 긴장완화의 가시적 조치가 식량지원과 동시에 발표되어야 하고, 오늘부터 열리는 실무접촉에서 문제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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