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On-Line수업-"집에 앉아 학원강의 들어요"

수능시험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수험생들의 마음은 자연 바쁘다. 그동안 봤던 교과서와 참고서를 잡히는 대로 훑어보기도 하고, 새로 나온 문제집이라면 무조건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그래도 흡족하지 못해 주위를 살피는데 '온라인'이란 단어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올해 입시 준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아이템이 될 정도로 서비스 업체가 늘어나고 수강생도 급증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입시 시장을 두고 '생성중'이라고 표현했다. 조만간 폭발적인 성장을 보일 것이란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온라인 교육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온라인은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어떤 게 있나=입시와 관련된 온라인 교육 서비스는 인터넷으로 수업을 듣는 동영상 강의와 상담, 적성검사 등 일종의 부대 서비스로 나뉜다. 동영상 강의를 하는 대표적인 사이트로는 메가스터디(www.megastudy.net), 제이앤제이교육미디어(www.jnjedu.net), 1318클래스(www.1318class.com), 에듀토피아(www.edutopia.com) 등이 있다.

대부분 유명 강사의 강의를 녹화해 VOD로 올려놓고 수험생들이 필요할 때 들을 수 있도록 한다. 학원 강의를 생중계하는 서비스도 있다.수능 D-100일을 맞아 우후죽순처럼 특강을 내놓았다.

에듀토피아(www.edutopia.com)의 경우 대학전공 선택을 위한 적성 검사를 한다. 디지털대성(www.ds.co.kr)은 올해 상반기 모의고사 문제를 영역별·난이도별로 정리해 제공하고 있다. 머잖아 중소업체들도 대거 시장에 뛰어들 전망이다.

디지털 대성 김상훈 부사장은 "일부 업체는이미 월 매출이 10억원을 넘고 있으며 준비중인 업체도 많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예전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별개로 생각했는데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면 학원 시장을 잠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효과는 있나=온라인 입시 교육의 대상은 고교생 전반이지만 시간이 많지 않고 학원 수강도 어려운 고3생들이 특히 관심을 보인다. 여름방학 때 수강신청한 학생도 상당수. 특히 서울 유명 강사들의 강의를 듣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지방 수험생들에게 온라인은 '기회 평등'의 의미로도 다가올 만큼 환영받고 있다.

그러나 동영상 강의의 학습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고교 교사들과 학원 강사들은 대부분 회의적인 시선을 던지고 있다. 교육은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면대면 방식이 가장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데 PC를 통해 전달되는 강의는 그만큼 집중력이 떨어지고 눈도 쉽사리 피로해진다는 것.

PC가 있는 곳에 가서 부팅을 시키고 인터넷에 접속해 동영상을 띄우는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찮은 것도 갈길 바쁜 수험생들에게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반면 인터넷 세대로 불리우는 요즘 10대들의 생활에 비춰본다면 온라인 강의가 효율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면대면 교육이라는설정 자체가 구세대적 사고라는 것.

이미 PC와 인터넷 사용에 익숙해진 학생들이므로 집중력 저하나 시간 낭비 등의 문제도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학습 동기 유발이나 과목별 흐름을 파악하는 차원에서 단기적으로 활용해봄직 하다는 견해도 많다.

◇신청하기 전에=자신의 집중력을 냉정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 강의는 띄워놓고 듣지 않아도 그만. 딴 생각을 하거나 심지어껐다켰다를 반복해도 화내는 사람이 없다. 그야말로 자신과의 싸움인 셈.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유행을 좇아 온라인 강의에 달려들었다가는시간과 돈만 허비하기 쉽다"며 "평소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눈이 좋지 않은 학생,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은 아예 외면하는 게 좋다"고 했다.

온라인 강의를 신청하기 전에 정확한 정보를 갖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서비스 업체가 워낙 많은데다 내용도 얼핏 봐선 모두 비슷비슷하다. 많은사이트들을 둘러보고 들을 만한 강의를 골라내는 데도 보통 힘드는 게 아닌 것이다.

일단 믿을 만한 업체의 서비스에 접속해보자. 온라인 사업에 이미 상당한 기반을 갖췄거나 오프라인 학원과 관계 있는 업체가 우선 믿을 만하다.

접속해서는 반드시 동영상 샘플부터 보는 게 좋다. 아무리 유명 강사의 좋은 강의라도 자신과는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수강료는 수만원부터 수십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당연히 자신의 효용과 수강료를 비교해 보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온라인에는 아직 적정 수강료가 뚜렷하지 않으므로 업체에 따라 과목별·시간별 등으로 제각기 다르다. 싼 게 비지떡이 아니고 비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라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기왕 이용한다면=자신이 취약하거나 보강하고 싶은 과목 한두 개 정해 시작하는 게 좋다. 욕심을 낸다고 몇 과목씩 신청하는 건 금물. 온라인은 PC가 있고 인터넷에 연결되는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강의는 집이나 학교 등 한 곳을 정해 듣는 습관을 들이는 게 바람직하다.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므로 한 두 시간은 주위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는 곳을 '가상 교실'로 삼아야 한다.

강의를 듣는 전후로는 EBS 방송수업을 듣는 정도의 준비를 해야 한다. 듣고자 하는 단원의 내용을 미리 예습해보는 것은 물론 들은 뒤에는 반드시 교과서나 참고서, 문제집 등을 이용해 복습하는 게 좋다. 일신학원 윤일현 진학지도실장은 "강의를 듣고 있으면 어떤 내용이든 이해할 수 있고 어떤문제든 풀 수 있을 듯 하지만 막판 정리를 앞둔 수험생들에겐 오히려 함정이 될 수도 있다"면서 "종이에 써 보고 직접 풀어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공부는 없다"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