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속의 미국-(5) 로타리클럽 'GSE 프로그램'

지난 5월초 미국 동북부 주요 도시 랭케스터. 3일부터 2박3일간의 일정으로 로타리7370지구(미국 펜실베이니아중동부지역 관할) 지구대회가 한 호텔에서 열렸다.기수단에 의해 로타리클럽이 조직된 세계 각국의 국기가 입장하고 마지막으로 미국 국기에 앞서 태극기가 입장하자 참석한 500여명의 로타리언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국의 GSE(Group Study Exchange) 단원들을 위한 미국측의 배려였다. 다음날부터 시작된 공식행사에선 한국 문화 및 발전상을 소개하는 비디오 테이프 상영과 홍보책자 배부 등을 통해 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상당히 우호적으로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GSE 프로그램이 민간 외교사절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한 단면이다.

GSE 프로그램은 국제로타리클럽이 회원국들의 비회원 젊은이들 가운데 3, 4명을 선발해 다른 국가에 연수를 보내는 제도.회원들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와 제도를 익히는 프로그램이다. 항공료 등 일반경비는 로타리클럽이, 홈스테이 비용은 로타리언인 현지 호스트가 각각 부담한다.

대구 및 경북 일부지역을 관할하는 로타리3700지구는 지난 4월13일부터 약 한달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5명의 GSE 단원들을 파견한 것을 비롯, 2000년에는 이탈리아 밀라노 등 지금까지 4회에 걸쳐 15명의 단원들을 파견했다. 또 해외에서 대구로 GSE 단원들을 초청해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들의 역할은 현지에서의 상호 문화 교류. 호텔에 머물면서 가이드·통역과 함께 그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홀로 현지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기 때문에 그들의 내면을 잘 파악할 수 있다. 대개는 한달 일정으로 머무는데 일주일에 한집씩 모두 네곳에 분산돼 머문다.

낮에는 주로 단원들의 직업과 관계있거나 그 지역의 이름난 기관·업체·단체를 방문하고 로타리클럽 모임에 참석하며 밤에는 호스트 가족들과 함께 보낸다.

이렇게 생활하다 보니 서로를 속속들이 알 수 있다. 우리가 파견된 지역은 미국의 중동부 지역 중소도시들이어서 한국에 관해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었으나 일주일씩 한지역에 머문 이후 그곳 사람들은 한국을 아주 많이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루이스버그에서 만난 바바라 부인은 "한국인들이 예의 바르고 재치가 있으며 높은 문화 감각까지 지녔다"며 "꼭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의 호응도 높아 단원들이 가는 곳마다 현지 신문에 기사로 소개될 정도였다. 미국의 소규모 도시에는 대개 한 개의지방신문이 발행되는 관계로 열독률이 상당히 높다. 이 때문에 우리가 거리에 나서면 신문에서 봤다며 환영인사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 락 헤이븐에서 발행되는 '드 익스프레스' 기자 짐 런컬은 "통상 외국인이 와도 이런 환대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며 "GSE 단원들은 좀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원들이 준비해간 한국 홍보 비디오 및 홍보책자 등을 보면서 한국전에 참전했거나 70년대 이전까지 주한미군으로 근무를 했던 사람들은"한국이 언제 그렇게 발전했느냐"며 한결같이 감탄했다.

시장, 시의회의장, 대학총장, 판사 등 그 지역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도 줄을 잇는다. 블룸스버그대학 총장은 우리를 직접 공관으로 초대해 동양식 스타일의 식사를 대접했으며 블룸스버그 법원의 판사는 우리들과 만난 후 한국의 법 운용 실태를 더 배우기 위해 추가 면담을 요청할 정도였다.

GSE 단원들은 현지의 로타리클럽 모임에 매번 참가해야 한다. 이 때 한국을 소개하는 시간이 별도로 마련되기 때문에 GSE 단원들이 거쳐간 곳은 한국에 관한 관심이 상당히 높은 편. 할인점이나 백화점에서 한국상품을 일부러 구매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일부 사람들은 이역만리에서 온 한국인들을 위해 인터넷에서 배운 한국 음식을 직접 만들어 대접하기도 했다.

우리에게 직접 불고기와 잡채를 만들어 준 락 헤이븐 종합병원 부원장 다이애너(52·여)는 "상대방 국가의 음식을 만들어 보면 그 국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홈스테이를 하는 GSE 프로그램은 두 나라간 교류 증진에 어떤 것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장영관 국제로타리3700지구 총재는 "현지에 단원들을 파견할 뿐만 아니라 격년제로 외국인을 초청하기도 한다"며 "이런 교류를 통해 우리나라를 외국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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