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영화마니아를 자처하거나 영화에 대한 왕성한 지식욕을 갈구하는 이들에게 새 책 '스크린 밖의 한국영화사 Ⅰ,Ⅱ'(김학수 지음/인물과 사상사)는 반가울 듯하다.
한국영화사 탄생부터 100년 넘는 한국영화사의 족적을 따라 걸으며 페이지 마다 연도(1899년에서 2001년까지)까지 지정, 당시의 이슈를 정리한 이 책은 '영화통사'로 손색없다.
문화적 측면에서의 영화보기보다 사회적.산업적 측면에서의 색다른 영화보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저자의 스크린 밖 영화읽기는 한국영화판에 뿌리깊은 친일영화인의 계보에 대한 곱씹기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영상자료원이 1940년대 식민영화전을 기획했다 '망루의 결사대','사랑의 맹세' 등이 대표적 한국영화의 대부였던 최인규의 친일전력을 밝힌다는 이유로 무산됐을 것이라며 한국영화계의 고질적인 '인의 장막'을 고발한다.
저자는 해방직후 '조선영화동맹'의 결성이 친일영화인들이 살아남기 위한 좌파영화감독으로의 "실로 재빠른 변신"의 결과라고 고발한다. 반면 일제시대 항일민족영화운동을 편 감독들을 사회주의자, 경향파 혹은 카프 영화인으로 매도한 것 역시 인의 장막의 음모가 아니겠는가고 추적한다.
비판적인 주제의식에도 불구하고, 딱딱하지는 않다. 페이지마다 신문기사를 스크립해 실어 영화의 각 이슈를 다큐멘터리 양식으로 다뤘다. "중공군 2개 사단보다 더 무서운" '자유부인(1956년)'을 둘러싼 논란이나, 최초의 키스신이 등장한 영화 '운명의 손(1954년)' 여주인공의 남편이 남자배우를 죽이겠다고 쫓아다녔다는 해프닝이 재미있다.
각 정권별로 이슈가 된 영화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박정희 정권당시 '5인의 해병' 등 전쟁반공영화류와 '맨발의 청춘' '저하늘에도 슬픔이' '만추' '미워도 다시한번' 등 멜러드라마의 흥행의 배경은 무엇일까?
유신암흑기에 '별들의 고향'이후 많은 호스티스들이 '경아'로 개명(?)하면서 '호스티스 영화'붐이 일었던 사실, '영자의 전성시대' '바보들의 행진' 등 하이틴 영화들이 쏟아져 나온 배경을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또 대학생 시절 "낮에는 전두환 정권의 폭압에 맞서 돌을 던지고, 밤에는 당시 에로영화 검열완화 덕분에 싸구려 에로영화를 보며 킬킬댔다"고 고백한다.책 '스크린 밖의 한국영화사'는 2권에서 더욱 방대한 영화자료를 자랑한다.
본격적인 영화시장 개방과 '서편제 신드롬' 이후 불어닥친 영화소비의 혁명적 변화, 그리고 멀티플렉스 열풍, 한국영화 점유율 46.8% 시대의 빛과 그림자 등 영화산업 전반에 대한 저자의 광범위한 자료와 생각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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