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 함월산 골굴사

석회암 꼭대기에 우뚝

해거름에 산 아래서 올려다보는 마애여래좌상(보물 581호)은 신비롭다. 수십미터 석회암 꼭대기에 자리잡은 불상은 산 아래의 사바세계와는 철 난간과 밧줄로만 연결되어 있는 상태. 피안의 세계로 올라가는 108계단은 높지는 않지만 꽤 가파르다. 속세를 벗고 일상에서 탈출하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토함산에서 솟아오른 달을 머금는다는 경주시 양북면 함월산(含月山) 입구. 감포 가는 길에 있는 골굴사(骨窟寺.주지 설적운)는 아담한 석굴사원이다. 발을 들여놓으면 한눈에 들어올 만큼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하다.

하지만 골굴사는 넓이보다 깊이로 보아야만 제대로 볼 수 있다. 골굴사의 진면목은 해질 녘 마애여래좌상을 찾아 오르는 길에서 볼 수 있다. 이리저리 연결된 난간은 심상찮은 풍경이다. 그 왼쪽으로 아들을 낳게 해준다는 약 5m 높이의 남근(男根)바위와 여궁(女宮)인 산신당이 반긴다. 불교문화와 민속신앙이 한데 어우러진 현장이다.

그 위쪽은 관음굴. 굴 입구에 기와를 얹고 문을 달아 바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집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석굴이다. 천장도 양쪽의 벽도 모두 돌이다. 좌우 양쪽 벽면은 틈이 없을 정도로 작은 굴들을 파고 부처를 모셨다.

동굴속 벽면에 작은굴 빼곡

원래는 이 거대한 바위에 12개의 석굴이 있었으나 대부분 허물어지고 형체만 남아있다. 지장굴, 약사굴, 라한굴, 신중단 등 층층이 석굴의 흔적들마다 부처와 보살이 모셔져 있다.

인도의 아잔타석굴과 중국의 돈황(敦煌)석굴을 연상시킨다. 하긴 골굴사는 1,500여년전 인도에서 온 승려들이 자기 나라 사원양식을 본떠 세운 석굴사원이라 했다.

관음굴에서 마애불로 오르기 위해서는 자연동굴을 지난다. 두손, 두발을 다 사용해야 겨우 바위위로 올라설 정도. 절벽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괜히 아찔해진다. 눈을 들면 높이 4m, 폭 2.2m로 돋을 새김을 한 마애불이 은은한 미소로 맞이한다. 석회암의 약한 성질 때문에 떨어져 나간 부분이 많다. 점점 하나의 바위로 변해가고 있는 중이다. 훼손을 막으려고 지금은 머리위로 투명한 둥근 보호막을 설치했다.

어둠일까, 아니면 안개일까. 마애여래좌상 앞쪽 산들을 어스름 빛이 감싸안을 때쯤 이 일대는 '불국토의 환상'에 젖는다. 땀 흘리며 사바에서 피안의 세계로 올라온 걸 그렇게 보상받는다.

1500년전 인도 승려가 세워

방학이면 골굴사도 바빠진다. 선무도 여름수련회가 이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일상의 복잡함을 벗어 던지고 절로 향하는 마음은 홀가분할 수밖에 없다. '짧은 출가'로 '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 녹음이 짙어가는 선무도 도량에서 나의 참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분명 색다른 여름 보내기다.

선무도 수련은 이제 템플스테이의 한 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골굴사 주지 적운스님은 "참선, 선요가, 선무술, 다도 등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선지 외국인의 참여가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고 소개했다.

수련회에 참여하면 새벽 4시 기상, 밤 9시 취침 등 스님과 똑같은 수행과정을 거친다. 초등학생 이상 개인이나 단체가 대상. 주5일 근무로 2박3일 주말 코스가 많다. 학생 1일 2만원, 일반 1일 3만원. 054)745-0246.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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