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해 항공기 추락 극적 생존 우즈벡 임신부 딸 순산

지난 4월15일 김해에서 발생한 중국국제항공사 소속 여객기 추락사고때 임신 7개월의 몸으로 기적같이 목숨을 건져 화제를 모은 벽안의 우즈베키스탄인 라흐보바 아지자(22)씨가 1일 경북 안동시 안동병원에서 여아를 순산했다.

천길 불속에서 천행으로 생환한 산모의 아이답게 3.02㎏의 건장한 이 여아의 탄생은 더할 수 없는 경외이자 청량함으로 다가와 산실주위를 감동시키고 있다.

아지자씨는 럭키화재 안동지점 보험설계사이던 남편 김보현(26)씨를 비롯 동료직원 16명과 함께 중국으로 포상휴가를 마치고 귀국길에 사고를 당했던 것.

지난해 취업차 한국에 왔다가 친구 소개로 김씨와 결혼한 아지자씨는 15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아비규환 속에서도 전신타박상을 입은 정도의 믿기지 않을만큼 온전했다.

피투성이 남편 김씨는 구조대 들것에 실려 이송되는 아내를 지키며 걸어서 하산하는 초인적인 모습을 보여 당시 언론의 플래시를 받기도 했다.

병원입원후 검사 결과 아이에게 아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이들은 3일만에 태아의 안정을 위해 부산 구포병원에서 자청해 고향의 안동병원으로 옮겨왔다.

건강한 아이를 낳는 것으로 당시의 악몽을 잊으려 했던 이들 부부의 염원과 그 뜻을 헤아린 병원의 세심한 보살핌이 있은지 3개월. 그 아이는 해맑은 눈으로 세상의 빛을 보았다.

이들은 자신들의 뜻이라기보다 하늘의 뜻으로 아이를 얻었다는 생각에서 아들이든 딸이든 '하늘' 이란 이름을 미리 지어놓기까지 했다.

티없이 맑고, 어려움에 절망하는 이웃을 위해 자신의 삶을 덜어줄줄 아는 아이로 키우겠다는 이들 부부의 눈가에는 연신 이슬이 맺혔다.

"이 사고로 고인이 된 탑승자들께 다시 한번 명복을 빌며 우리에게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많은 분들을 위해 뜻있는 새삶을 살아가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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