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자식이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자기 핏줄에 대한 애착이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내려있는 탓도 크겠지만, 아이들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투영하는 보편적 경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자식이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자식이 실제로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면서 예술가, 과학자, 정치가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소원은 이러한 '자연스러운' 욕망을 대변한다. 이런 부모들의 오랜 꿈을 마침내 현실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생명공학이 발전하였다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는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고통을 겪을 때마다 무심코 "저런 사람은 왜 태어났는지 몰라!"라는 말을 내뱉기도 한다. 언제부터인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있다.
그것이 교화의 목적이든 아니면 복지의 차원이든 범죄인, 부랑자, 미친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사람들로부터 격리되어 사회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아무튼, 우리가 함께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아예 태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욕망 역시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원하는 사람들만 태어날 수 있도록 만드는 우생학이 생명공학을 통해 실현될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대로 생명을 디자인할 수 있는 인간복제 기술의 출현은 결코 공상과학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미국의 인간복제 전문회사인 클로네이드 한국지사가 "한국인 여성 한 명이 복제된 배아를 임신 중"이라고 주장하여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이 어쩌면 복제인간 탄생 1호국이 될 수도 있다는 소식도 충격적이지만, 우리를 더욱 걱정스럽게 만드는 것은 사실 이 소식에 대한 언론의 다분히 '감정적'인 대응 방식이다. 언론은 복제인간이라는 자극적인 말을 무분별하게 사용함으로써 종말적인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오히려 새로운 생명공학에 관한 '이성적 성찰'이다. 우선, 인간복제는 이미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 문제이다. 유전자의 성분을 분리하였다가 다시 결합하는 실험이 성공한 이래 '생명'과 '기술공학'이 결합한 바이오테크 시대가 도래하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수정란의 세포분열과정에서 5일째에 형성된 세포 덩어리는 심장, 근육, 간 등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줄기세포일 뿐만 아니라 체외에서 무한대로 증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배아 복제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문제는 "배아에게도 인격과 동일한 존엄성을 부여할 것인가?" 또는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하는 윤리적 문제이다.
다음으로, 불임 및 난치병의 극복 그리고 수명 연장과 같은 생명공학의 이점은 적극적으로 향유하고자 하면서도 배아 복제를 반대하는 이중도덕은 인간복제의 한계를 설정하지 못한다.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항상 윤리적 한계가 문제되어 왔다. 주사, 심장과 뇌를 대상으로 한 수술, 장기이식, 인공장기, 유전자 치료가 등장할 때마다 인간이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지만 결국 '인간다운 삶' 또는 '살만한 삶'을 위해 실현되었다. 그렇다면 기술의 이점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기술을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끝으로, 생명복제가 가져올 모든 이점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인간 가치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있을 때 비로소 인간복제를 윤리적으로 규제할 수 있다.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는 순간부터 생명이 탄생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수정란 자체에 대한 연구를 반대해야 하는 것인지, 폐기될 잉여 수정란은 연구할 수 있는 것인지, 연구를 위해 배아를 복제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한 어떤 합의도 이루어져 있지 않다.
인간의 몸 전체가 이미 연구의 대상이 되었다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율권만이 생명의 유일한 보루일지도 모른다. 생명공학은 이처럼 공상과학에서나 가능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우리의 삶을 결정할 심각한 윤리적 문제이다.
이진우 계명대 교수 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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