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식이야기-몸통보다 커버린 꼬리

주식시장이 점점 더 살벌해진다고 하소연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지난해 10월 이후 랠리 때 수익을 조금 냈는가 싶었는데 지금은 계좌가 반토막 나거나 아예 '깡통'이 됐다고 울상인 투자자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 사이버 애널리스트는 "예전 같으면 주식시장이 조정을 끝내고 벌써 2차 상승에 접어 들었어야 하는데도 힘이 달리는 것 같다. 이는 선물·옵션시장이 지나치게 커진 것도 원인인 것 같다"라고 보았다.

주식시장 역시 수요(돈)와 공급(주식)에 의해 움직인다. 그런데 선물·옵션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증시주변의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통상 현물주식시장은 '몸'에, 선물·옵션 등 파생시장은 '꼬리'에 비유된다. 또한 파생시장은 현물시장의 위험 회피 수단(헤지)으로 탄생됐다고들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현물시장은 파생시장의 기승 때문에 주눅이 들고 있다. 거래대금과 규모에서 선물·옵션시장이 현물시장을 넘어선지 오래다. 선물·옵션 시장이 현물시장을 흔드는 이른바 '웩더독(wag the dog)' 현상이 심각한 수위에 이르고 있다.

선물·옵션시장을 미국 월가의 금융산업이 낳은 음모의 소산이라고 보는 극단적 시각도 있다. 현물시장의 경우 하락장에서 수익을 낼 방법이 없지만 선물·옵션은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선물·옵션이 활성화되면서 금융산업은 1년 내내 주머니를 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물 건너 온 선물·옵션은 국내 증시투자자의 화끈한 투기적 기질과 찰떡 궁합을 이뤘다. 한국의 현물증시는 그러나 세계에서 유례가 없이 비대해진 선물·옵션시장에 치여 시름시름 앓고 있다.

국내 금융당국은 혹시 선물·옵션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금융 선진화의 척도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주식거래에는 세금을 꼬박꼬박 떼면서도 선물·옵션 거래에는 단 한 푼도 물리지 않는 연고는 무엇일까.

수수료에 눈이 먼 증권사들도 위탁증거금을 낮춰 가며 순진한 개인투자자들을 선물·옵션시장으로 유혹하고 있다. 몸통보다 꼬리가 큰 기형적 구조의 한국증시에서 개인투자자는 늘 당할 수밖에 없다. 수술이 시급하다.

김해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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