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증막같은 도시에 폭포수처럼 시원한 '이웃의 온정'이 곳곳에서 더위를 날려보내고 있다. 연일 35℃를 넘나드는 찌는듯한 폭염. 남들은 '최악의 여름'이라고 하지만 2평 남짓한 월세방에서 혼자 살아가는 김태달(70.대구시 중구 성내2동)할아버지에게 올해처럼 시원한 여름은 없다.
가전제품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던 방에 지난 6월엔 선풍기, 지난 달 말엔 냉장고가 들어왔다.여름이면 급식 후원 봉사자가 전해준 음식을 오래 보관하지 못해 고스란히 버려야 했던 김할아버지. 부채에만의존했던 한낮 열기는 선풍기가 대신 쫓고 끼니 걱정은 냉장고가 덜어줬다.
속사정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2년전 중풍을 앓은후 아내와 자녀에게까지 외면받은 채 빈주머니로 홀로 살아가던 김할아버지. 가족과 헤어진 김할아버지에게 선풍기와 냉장고를 가져다 준 사람들은 얼굴도 모르는 이웃들이었다.
할아버지의 딱한 사연을 들은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은 선풍기를 사들고 찾아 왔고대구남산기독교복지관은 복지관후원금을 모아 냉장고를 사들여줬다.
"아침은 삶은 밥, 점심 겸 저녁은 라면으로 하루 두끼만 먹었는데 이젠 자원봉사자가 주 1회씩 가져다 주는 도시락을 냉장고에 보관해 며칠동안 나눠먹을 수 있게 됐어. 젊을 때 어려운 사람들에게 별로 베푼 것이 없는데내가 이런 걸 받아도 되는지 몰라" 김할아버지는 눈물을 훔쳤다.
대구시 북구 산격동의 영구 임대 아파트. 이 곳의 노인.장애인들은 여름에도 더운 물 찜질이 필요하지만 아파트 공사때문에 온수가 나오지 않아 목욕탕에 가야 하지만 움직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올 여름은 목욕 걱정이 사라졌다. '옆집 봉사자들'이 목욕탕 안내는 물론 때밀이 봉사까지 도맡고 있는 것.
대구산격복지관 이은주(28.여) 사회복지사는 "실비로 운영되는 복지관 목욕탕 이용료가 2천원인데 봉사원들이 목욕값까지 대주면서 장애인과 노인들의 목욕 도우미로 나서고 있다"며 "자신들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 곳 주민들이 이웃까지돌보는 것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달 말 동해안 장사해수욕장에서 열린 장애인 바다체험 행사에서는 더운 여름날 종일 집안에서 더위와씨름하는 장애인들에게 전해달라며 익명의 시민들이 75대의 선풍기를 기증하기도 했다.
노세중 대구시 지체장애인협회 사무국장은 "지난 해 여름보다 후원물품이 2배가량 늘어났다"며 "기업후원보다는 익명의 시민들이 많아 정말 흐뭇하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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