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마늘 농민들의 심정을 정부는 알기나 합니까?"전국 마늘 주산지의 농민 1만여명은 2일 의성역 앞 도로에 모여 한.중 마늘협상 이면합의와 무역위원회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연장 불가 결정을 강력히 규탄했다. 한여름 폭염도 농민들의 성난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규탄대회가 막바지에 이르자 성난 농민들은 경운기를 몰고 나와 불태웠고, 마늘협상과 관련된 전.현직 장관들의 허수아비를 만들어 화형식을 거행했다.
경운기 타이어와 허수아비들이 타면서 내뿜는 시커먼 연기를 바라보며 농민들은 꽹과리 장단에 맞춰 한풀이 춤을 췄다.
애타는 속을 가누지 못해 몸으로 내지르는 함성이었다.대회장 곳곳에서는 농민들이 막걸리 잔을 나누고 있었다. "땅은 정직하지. 막걸리를 마시는 우리 농민들도 정직해. 그런데 정부는 거짓말을 했어". 한 농민이 굳은살 투성이에 뼈마디가 불거진 손으로 술 잔을 들며 이렇게 외쳤다.
단상에 오른 한국농업경연합회 박홍수 회장은 "정부가 1조8천억원을 투입, 국내 마늘산업을 살리겠다고 하지만 농촌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정책"이라며 "정부가 한.중 마늘협상 이면합의에 대한 비난 여론을 불식시키려는 술수"라고 했다.
김선환(의성군농민회장) 의성군마늘대책위원장은 "마늘 문제에 대해 정부 당국자가 성의있는 답변을 해야하는데도 불구, 농림부 장관은 아예 참석조차 않았다"며 목청을 돋웠고, 한농 경남 남해군연합회 홍광표 사무국장은 "정부의 거짓 농정이 우리 모든 농산물의 설 자리를 빼앗고 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한편 이날 규탄대회에 참석했던 한나라당 정창화 경북도지부장은 성난 농민들이 던진 방송용 카메라 삼각대에 맞아 이마 쪽에 11바늘을 꿰메는 상처를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이날 오후 상경했다.
정 의원은 사회자로부터 마늘협상에 관한 한나라당 대책에 대한 질문을 받고 연단에 올랐으나, "단상에 오를 자격도 없다"며 농민들에 의해 아래로 끌어내려졌다.
정 의원은 연단 아래에서 "중국산 마늘에 대한 세이프가드 연장은 계속돼야 하고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답변하던 중 농민들이 던진 계란 수십개와 물병, 막걸리통 등에 맞아 상처를 입은 채 대회장을 떠났다.
"언제 팔릴지 기약도 없이 창고에 쌓여있는 마늘을 바라보는 농민의 심정을 국회의원이 알겠습니까, 아니면 대통령이 알겠습니까? 그저 이 나라에 땅파는 농민으로 태어난 게 죄지요". 마지막 술잔을 비우며 한 농부는 이렇게 푸념했다.
김수용.이희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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