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파월.백남순 회동 이후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필리핀 방문을 끝으로 8일간에 걸친 아시아 8개국 순방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뒤 4일 귀국한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 브루나이 ARF 외무장관 회동의 초점은 단연 파월-백남순 회동이었다. 이에 따라 파월 장관이 워싱턴에서 풀 '대북보따리'에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파월 장관은 워싱턴 귀임즉시 5일 백악관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북한 백남순 외무장관과의 회동결과를 보고하고 대북 후속조치에 대한 지침을 받을 예정이다.또 파월 장관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팀과 대북 후속조치를 심도있게 노의한다.

파월 장관 주도로 성사된 미-북 외무장관회담은 대북 강경기조가 우세한 부시행정부내에서 고군분투중인 파월 장관의 온건노선이 주효한 대표적 외교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USA 투데이는 2일 파월 장관의 아시아 순방결과를 "성공적"으로 총평, "파월 장관은 지난달 31일 백 외무상과 짧은 시간 전격적인 대화를 성사시킴으로써 외교적 개인적 쿠데타를 성공시켰다"고 보도했다.

보수강성기조의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백악관 칼 로브 정치고문 등 이른바 부시 행정부내 '강경주도 3인방'을 누르고 미-북관계에 대화의 물꼬를 다시 텄다는 것.

서해교전사건으로 대북강경노선이 강화된 워싱턴 분위기를 미-북 외무장관 회동을 전격 성사시켜 일거에 뒤집어 얼어붙었던 워싱턴-평양관계를 대화쪽으로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외교적 쿠데타'란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적 쿠데타와 함께 '개인적 쿠데타'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부시 대통령을 필두로 체니 부통령, 럼즈펠드 국방장관, 로브 백악관 정치고문,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포진한 행정부내 강경파의 대북정책을 파월 장관이 대화로 급선회케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동안 사임설까지 나돌았던 파월 장관의 정치외교적 입지가 다소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미 언론들은 파월 장관의 이번 아시아순방을 높이 평가하고 그의 온건노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해 65세인 파월 장관은 군문에서 평생을 보낸 정통파 무골 출신. 합참의장을 마지막으로 부시 행정부내 외교사령탑을 맡은 파월 장관은 군경력과 무골형 체격 등으로 얼핏 강경 매파에 어울릴 것같으나 외교기조에서 뚜렷하게 비둘기파를 대변하고 있다.

파월 장관은 부시 행정부 출범초 빌 클린턴 전임행정부의 대북기조를 토대로 대북온건노선을 견지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행정부내 강경파의 견제와 부시 대통령의 '엄명'으로 이를 다시 주워담아야 했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미-북대화 재개 원칙을 되풀이 천명하면서도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신뢰할 수 없는 독재자"라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등 대북강경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북한의 서해교전 도발사건은 부시 행정부내 강경파에게 강력한 빌미를 제공, 미국은 지난달 10~12일로 예정됐던 미 특사 방북계획도 아예 철회하고 일단 대화재개의 문에 빗장을 질렀다.

파월 장관은 획기적 전기가 없는 한 미-북 경색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됐던 워싱턴-평양기류에 미-북 외무장관회동 카드로 빗장을 벗겨 냈다는 게 워싱턴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그의 친지들은 파월 장관이 자신을 단거리 선수가 아닌 마라토너로 생각하고 있으며 종국적으로 자신의 온건노선이 승리를 거둘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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