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학대받는 아이들 캠프서 웃음 되찾아

지난달 30일부터 이틀동안 대구아동학대예방센터 여름 캠프(청도 운문산)를 다녀왔다. 주제는 '행복한 우리가족 만들기'. 우리 센터에 아동학대로 신고되어 상담중인 가정의 아동 24명과 이들과 결연한 자원봉사자 29명이 형제자매로 맺어져 캠프에 함께 참가했다. 이런 프로그램은 처음.

사랑은 커녕 학대만 받아온 아이들에게 이번 캠프는 사랑과 행복을 확인시켜준 행사였다.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 중에는몇년만에 첫 나들이를 간 아동들도 있었고 이번 여름방학동안의 유일한 외출이라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설레는 얼굴로 출발시간 훨씬전인 새벽부터 센터에 도착, 출발을 기다렸다.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하는구나. 순간 가슴이 찡했다. 사랑지킴이단 대학생들과의 만남은 처음엔 어색했지만 아이들은 금세 친형제같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캠프장 도착후 물놀이 시간. 계곡이 처음이라는 아이들. 물장구를 치면서 즐거워하던 아이들의 얼굴에 이 날 만큼은학대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밤에는 친구들과 별자리 여행을 하면서 밤하늘의 별들을 밤새 지켜보기도 하고 사랑지킴이단 누나, 오빠들과 조1등을위한 게임을 할때는 여느 집의 밝은 아이들과 다름이 없었다.

상담원 선생님들이 직접 준비해준 맛있는 밥을 먹으면서 어떤 친구들은 "여기가 천국이에요"라고 얘기하기도 하고,이틀동안 손을 꼭 잡고 같이 다닌 사랑지킴이단 의형제에게는 간간이 어렵고 힘들었던 때를 얘기하기도 했다.

환하고 여린 얼굴속에 숨겨진 그늘을 조금씩 보여주기도 한 아이들. 자원봉사자들은 잡고 있던 손을 꼭 쥐어 주기도 했다.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아이들이 밝은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여름방학동안의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다시 가정으로되돌아간 아이들. 우리 아이들의 웃음이 계속되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대구아동학대예방센터 이정아(34·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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