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영화-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

"'조폭'이 연인으로 만났네".

가위칼을 들고 '꿇어'를 외치던 신은경과 학교에 간 무식한 조폭 정준호, 두 전직 조폭이 핑크빛 옷으로 갈아입고 코믹한 연애를 시작한다. 새 영화 '좋은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감독 모지은/8일 개봉)는 올 여름 개봉하는 몇 안되는 멜로물 중 하나.

"로맨틱 코미디가 별 다를게 있어? 거기서 거기지".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두 남녀가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면서 아웅다웅하고, 오해하고, 미워하고, 그리고 화해하고 사랑에 빠지는 '전형성'.

영화속 등장인물들은 "로맨틱 코미디는 다 똑같아. 둘이 만나 티격태격하고, 그러다 키스하는 것으로 해피엔딩"이라며 숫제빈정대기까지 한다. 하지만 원래 사랑이 다 그런 것 아닌가?스물 여섯살 모지은 감독의 데뷔작인 영화 '좋은 사람…'에는 젊은 여감독만의 신선한 상상력이 로맨틱 코미디와 만나 잘 녹아들고 있다.타고난 감각과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결혼정보회사에서 성공확률 100%를 자랑하는 초강력 커플매니저 '효진'(신은경 분).

하지만 정작 그녀는 아직 미혼이다. 잘생긴 남자친구의 사진을 지갑 속에 넣고 다니며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지만, 이미 1년전에 자신을 떠나버린 처지. 주말 명화극장만이 오랜 친구다.

눈치빠른 영화팬이라면 효진이 앞가림못하는 헛똑똑이 '웨딩플래너' 제니퍼 로페즈를 닮았다고 손뼉을 칠 테다.덤벙대고 실수투성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효진 앞에 외모, 재산, 학벌 등 완벽한 남자 '현수'(정준호 분)가 등장한다. 어머니 등쌀에 떠밀려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했지만 정작 본인은 결혼에는 관심없는 '불량회원'이다.

효진은 커플매니저 명예를 걸고, 새로운 결혼작전을 세우지만 결과는 늘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버린다. 현수는 엉뚱하고 덤벙대기만 하는 효진에게 점점 호기심 이상의 관심을 갖게 된다. 이제 남은 건 엎치락 뒤치락하며 사랑에 골인하기.

'좋은 사람···'에는 로맨틱 코미디의 아기자기한 소품이 잔뜩 있다. 결혼정보회사에서 연결되는 별난(?) 커플들과, 힘들 때마다 탬버린을친다느니, 지루함을 달래려 캡슐 감기약의 알맹이가 진짜 600개가 맞는지 세어본다는 효진의 모습은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반면 현수의 캐릭터는 어떤 여자라도 한눈에 반할 만 하지만 꽃미남의 전형을 탈피하지 못하고, 밋밋함을 주는 감이있다. 둘 사이에 우연으로 이어지는 에피소드들도 "로맨틱 코미디가 다 그렇지"하는 김빠진 실망에 확신을 더해 줄 우려가 있다.그러나 어떠랴. 원래 사랑이란 이렇듯 닭살돋고, 연속된 우연을 운명으로 착각하는 연인들의 해피엔딩인 것을.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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