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어제 금강산 실무접촉에서 북한의 부산아시안게임 참가, 이산상봉 재개 등을 합의하고 이를 위해 장관급회담을 갖기로 입을 맞추었다. 이 합의문은 짜게 보면 서해교전이 몰고온 냉전관계를 임동원 방북특사의 '4·5합의'단계의 상황으로 되돌려놓은 것 뿐이요, 후하게 보면 아시안게임 참가약속 등 북한의 전향적 자세변화가 '불안하나마 희망적'이라는 점에서 미련을 갖게한다.
북한은 부산아시안게임 참가라는 '선물보따리'로 서해교전의 사과를 요구하는 우리측의 입을 막았다. 어쨌든 스포츠참여는 환영할 일이다. 그리고 다음 주의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북한이 군사적 신뢰회복을 위해 얼마나 진솔한 태도를 보여줄지 지켜보고자 한다.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의미는 크다. 국내외 스포츠 및 경제외교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뿐더러, 당장 부산대회가 아시아인의 대회에서 전세계 언론의 관심을 끌 세계적대회로 '업그레이드'되게 된 것이다.
시드니 올림픽때처럼 남북한 동시입장·공동응원 등 작은 통일행사까지 성사되면 월드컵에 이은 또하나의 '코리아 열풍'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한 모두 장사치고는 엄청나게 큰 장사를 하는 셈이요, 잘하면 대박까지 터뜨릴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이벤트'에 흥분하다보면 또다시 우리의 냄비기질이 발동, 펴주기만 하다가 '앞으로 남고 뒤로 처지는' 결과가 될까 경계하자는 것이다. 난국에 처한 경제개혁에서 국제적 동정심을 구하고 폐쇄성·호전성의 이미지까지 씻어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북한만은 앞뒤로 남는 장사가 될 것이다.
다만 북한도 이 '스포츠사업'을 자신의 이득챙기기로 끝낼 경우 '국제적 불신'을 재확인 시켜주는 꼴이 될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금강산에 갔다가 뜻밖의 수확을 얻었다고 싱글벙글하는 당국자들에게 너무 호들갑떨지 말라고 주의를 주고싶다. 남북관계의 진전에서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군사당국자회담의 재개'임을 거듭 강조한다.
군사회담을 통해서 만이 경의선철도와 도로의 연결, 개성공단 건설 등 DMZ를 넘나드는 공생(共生)의 사업들이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 없이는 상호 충돌을 예방할 수도 없고 해결할 수도 없음은 서해교전이 이미 증명했다. 이제 남북문제는 협의·합의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남북간의 신뢰성의 문제, 실천의지의 문제일 뿐이다. 말잔치·스포츠잔치는 일과성을 뿐임을 경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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