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속의 문화-(6)사찰의 다양한 법당

법당이 무엇일까. 절에가면, 웬 법당이 또 그렇게 많은가. 대웅전·대적광전·극락전·명부전…. 흔히들 법당이라고 하면 불상을 모신 집, 사찰의 중심 건물쯤으로 생각할 줄은 안다. 그러나 법당의 참의미는 '불상을 모신 집'이기 보다는 '진리로 가득 채워진 집'으로 파악해야 한다.

물이 아래로 흐르듯, '그렇게 되게끔 되어있는 것'이 법(法)이요, 그것을 모르는 중생의 미혹을 깨우쳐 주는 곳이 바로 법당(法堂)인 것이다. 그러면 그런 집, 불상이나 불보살을 모신 전각은 모두 법당인가. 그러나 원래는 본존불(本尊佛)을 모신 사찰의 중심건물을 금당(金堂)이라고 했다.

금빛이 나는 부처님을 모신 집이니 그렇게 불렀지 않았을까. 고려 초기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다 본존불의 성격에 따라 건물의 명칭이 달라졌다. 석가모니를 본존불로 봉안했을 경우에는 대웅전(大雄殿), 아미타불일 경우에는 미타전(彌陀殿)또는 극락전(極樂殿)이라고 하는 등 중심 건물의 이름이 보다 구체화됐다.

천태종 계통 사찰의 금당은 대웅전, 화엄종 사찰은 대적광전, 법상종은 미륵전, 정토종은 극락전을 두어 절마다 나름대로의 격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다 조선왕조의 배불정책으로 다양한 종파가 사라지고, 사찰은 생존을 위해 특정한 부처나 보살로 한정하기 보다는 다양한 예배 대상처를 제공하기 위한 여러 전각을 세우게 된 것이다.

그것을 통칭해서 법당이라 불렀다. 법당이란 용어를 처음 쓴 종파는 선종으로 법문을 설하는 장소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선종의 승려들은 불보살에 의지하는 신앙 세계보다 견성성불을 위한 내면의 관조에 치중하다 보니 불상에 대한 예배보다 선지식의 가르침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다보니 금당보다는 법당에 큰 비중을 두게됐고 작은 절에서는 금당과 법당의 구별도 없어졌다. 이같은 여러가지 이유가 작용을 해서 신앙의 대상을 모신 전각을 총칭해서 법당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찰은 마치 불교신앙의 백화점같다고 한다. 예배의 장소가 되는 법당이 한개의 사찰내에 여러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이 수많은 법당은 중생의 다양한 갈망을 좇아 거기에 있는 것이지 부처님이 그렇게 요구한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전각을 택하든 무슨 상관인가.

문제는 우리의 마음인 것을. 기도가 삼매를 이루는 것은 마음에 있는 것이지 법당의 우열에 있는 것은 아니다. 굳이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불교신행연구원장 김현준씨는 "법당은 좁게는 사찰의 중심 건물인 본전(本殿)을 지칭하지만 넓게는 부처나 보살을 모신 불전과 보살전까지 포함하며, 신앙과 예배의 대상이 되는 모든 전(殿)과 각(閣)을 포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실 웬만한 규모의 사찰이면 10여개가 넘는 전각이 흩어져있기 마련이다.

불전(佛殿)으로는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寂滅寶宮, 일명 舍利塔殿)을 비롯, 석가모니불을 봉안한 대웅전(大雄殿), 석가의 일생과 행적을 표출시킨 영산전(靈山殿), 석가를 본존으로 모시면서도 제자들에 대한 신앙세계를 함께 묘사한 응진전(應眞殿)과 나한전(羅漢殿), 비로자나불을 모신 대적광전(大寂光殿), 극락정토의 아미타불을 모신 극락전(極樂殿), 병든 중생을 구제하는 약사여래를 모신 약사전(藥師殿), 미래의 부처인 미륵을 모신 용화전(龍華殿 또는 미륵전), 불교의 시간관에서 볼 때 현재에 속하는 현겁의 모든 부처님을 모신 천불전(千佛殿) 등이 있다.

보살을 모신 법당으로는 관세음보살을 모신 원통전(圓通殿), 지장보살과 유명계(幽冥界)의 시왕(十王)을 모신 명부전(冥府殿)을 비롯해, 드물지만 문수보살을 모신 문수전(文殊殿)과 보현보살을 모신 보현전(普賢殿)도 있다. 이같은 불보살전 외에도 대장경이 있는 사찰에는 법보전(法寶殿)으로 분류할 수 있는 대장전(大藏殿) 등을 건립하고, 조사에 대한 신앙을 중시하는 선종 사찰에는 조사전(祖師殿)을 특별히 갖추기도 하며, 민간신앙을 수용한 산신각(山神閣)·칠성각(七星閣) 등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동화사 포교국장 진오 스님은 "불보살을 모신 각 전각에는 본존불을 보좌하는 협시보살이 있고 본존불 뒤에는 후불탱화를 두어 불상으로 다 표현하지 못한 법당의 상징세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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