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에 귀천이 따로 있나요".오전 6시 부산스레 일터를 찾아 떠나는 김종규(고3.18)군의 아르바이트는 여느 아이들의 그것과 조금 색다르다. 공사장을 찾아다니며 현장잡부일을 하는 김군에게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은 피부에 절실히 와 닿는다.
별 모자람없는 집안형편에도 굳이 힘든 아르바이트를 찾아나선 김군에게 공사장일은 단순한 고생만은 아닌 듯하다. "힘들게 일해 돈을 번다는 기분이 어떤것일지 궁금했어요. 남들이 이상하게 보기도 하지만, 체력도 기르고 용돈도 내 힘으로 벌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요".
천연덕스럽게 웃고 있지만, 지난 달 중순쯤 시내 모 대학옥상의 공사현장에서 10시간 동안 삽질을 했을 때는 힘들어 죽을 지경이었다고. 함께 일한 숙련인부들이 긴팔을 입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모른채 민소매로 나간 김군은 햇빛에 그을려 두 팔의 허물마저 벗겨지고 손바닥도 물집이 잡혀 쓰리기만 했다.
"처음 일을 마치면서 '다시는 안 해야지' 결심했는데, 부모님에게 용돈을 타 쓰는 것도 미안하고해서 계속 나오게 됐어요". 그늘도 없는 곳에서 생전 처음 고된 노동을 한 김군은 그날 저녁 5만원의 일당을 받고, 찌르르한 감동마저 느꼈다고 했다.
처음 일을 나간 이후, 거의 매주 일요일 아침잠을 설치며 용역회사를 찾고 있다는 김군. 친구들이 노래방, 게임방, 음식점 등 그나마 '화이트 칼라'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너희들은 공사장일 하루도 못할거야"라며 은근한 자부심마저 느낀다고 했다.
"양복입고 서류가방들고 다니는 평범한 샐러리맨이 되고 싶어요". 뜻밖의 희망사항을 말한 김군은 뙤약볕속에서 흘린 땀이 앞으로 사회에서 부딪힐 역경을 이겨낼 좋은 밑거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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