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R세대-(8)일하고 싶다

"우리도 일하고 싶어요".아르바이트는 대학생들만의 몫? 당위성과는 별개로 R세대 청소년들 사이에 일자리를 통해 돈을 벌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늘고 있다.

소년소녀 가장이나, 가정을 책임져야하는 어려운 형편에 처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다. 물론 시간적 여유가 상대적으로 많은 실업계 학생이 많지만, 평범한 가정의 청소년들이 일자리 구하기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학생은 공부가 최우선'이란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이 요즘 신세대들엔 해당되지 않아요. 갖고 싶어하는 것은 어떻게든 가지려는 요즘 아이들의 성향이 아르바이트로 몰리는 것 같습니다". 달서구 청소년 수련관 직원 김지영씨의 말이다.

물론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구하기에도 3D기피는 존재한다. "시급이 낮더라도 시원하고 편안하게" 일하고 싶어한다는 것. 시급 1천500원 가량을 받는 찻집 서빙이나,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옷가게 등은 선호하지만, 주유소 등의 힘든 일자리는 잘 찾지 않는다.

김씨는 "예전엔 노동착취라는 측면에서 청소년 근로를 부정시한 경우도 있었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일한 몫을 끝까지 받아내고야마는 똑 소리나는 면이 많아 놀라곤 한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아르바이트와 관련, 긍.부정론이 대립하고 있다. 기존에는 "학생의 본분은 학업" "청소년 아르바이트는 유흥비 마련이 목적"이라는 곱지않은 시선이 많았던 게 사실. 그러나 청소년기의 건전한 근로체험은 땀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학업의 연장'이라는 긍정적 견해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내 동성로 한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한얼(18.고3)군. 시급 2천원의 꽤 높은 보수를 받고, 8개월째 한 곳에서만 일하고 있다. "어른들이 '학생이면 공부를 해야지'라고 하시지만, 미리 사회경험 쌓는 셈치고 일하고 있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교실에서 책에서 배운 지식보다 더 유용한 것 아닌가요?" 2명의 고교친구들과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군은 용돈 벌기보다 더욱 소중한 것을 배워나가고 있다.

한얼군의 예에서 보듯 가장 주목할 부분은 실제 청소년들이 일을 원하고 있으며, 건전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연계망의 구축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는 점이다.최근 경산대 청소년문제연구소(소장 한상철)가 조사한 '대구지역 청소년의 생활실태 분석'결과는 이같은 청소년들의 경향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구지역 중학교, 인문고, 실업고 남녀 599명에 대해 '정부와 자치단체가 청소년들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질문했다.

그 결과 34.7%의 청소년들이 '청소년을 위한 건전 직업 및 아르바이트 육성'을, 22.7%가 '직업선택을 위한 정보제공 및 직업 훈련 활성화'를 선택했다. 13.7%는 '청소년 우대제도 마련'을, 11.2%는 '청소년을 위한 문화공간 및 여가시설 확충'을 선택했다.

결국 절반가량(57%)의 청소년들이 성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직업생활을 크게 요구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나마 경제적 자립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한상철 경산대 교수는 "외국사례의 경우 중.고등학교 자체에서 일하는 학생들을 관리하고 있어, 직업활동을 학교교육의 연장으로 긍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청년들이 노동에 대한 회피감.저항감을 보이거나, 일터에서의 조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 역시 청소년기에 바람직한 직업체험이 없어서라는 것.한 교수는 "'일은 어른들이 하는 것'이란 경직된 사고를 풀고, 청소년 단체나 수련관.복지관 등 기관이 청소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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