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역사유적지구)는 신라 천년 고도(古都)로 지금도 여전히 그 찬연한 문명의 빛을 뿜어내고 있다. 세계적인 실크로드 전문학자들도 '비단길' 극동의 끝지점으로 경주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2개의 왕궁(월성과 전랑지), 정원(안압지), 거대한 무덤군(황남대총 등), 대사원(황룡사), 길이 60m의 석교(월정교)…. 특히 신라 최고의 호국 사찰이었던 황룡사(皇龍寺) 터 일대의 유적은 고대 가람 연구의 메카로 신라 왕이 거주했던 왕경(王京)의 유적들이 발굴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동양 최대의 사찰이었던 황룡사는 553년(진흥왕 14년)에 늪지 2만5천평에 공사를 시작해 626년(선덕여왕 15년)에 완성됐으며, 1238년(고려 고종 25년) 몽골의 침략으로 불타기까지 700여년간 웅장한 모습을 유지했다. 9층 목탑은 643년 자장(慈藏) 대사의 요청으로 세워졌으며, 9개의 층은 일본.중국.오월.탐라.말갈.예맥 등 신라 주변의 9개 나라를 상징했었다.
▲반도 동남쪽 작은 나라였던 신라의 영토를 한강까지 확장, 국토통일의 교두보를 마련했던 진흥왕이 치솟는 국력의 정신적인 핵심으로 창건했던 황룡사가 완성된 뒤 실제 신라는 승승장구했다. 로마에 비춰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평면을 바둑판처럼 배치한 시가(방리)에 4개 블록을 잡고 수십개의 건물을 세운 이 사찰은 9층탑이 완성되면서 멀리서도 그 위용을 볼 수 있어 신라인들의 자존심을 키운 건 물론 경쟁국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최근 황룡사 9층 목탑의 원형을 본뜬 모형 건립이 추진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광장에 300억원을 들여 82m 높이(연면적 980평)의 모형탑을 세우기로 했다. 올해 설계를 마친 뒤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가 2006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 목탑을 경주시 구황동의 황룡사 터에 복원하지 않고 모형으로 재현키로 한 것은 정확한 고증이 어려운 데다 워낙 거대하므로 기술적으로 힘든 작업이기 때문이라 한다.
▲신라 주변국에 국력을 과시하면서 호국을 상징했던 이 탑의 모형이 완성되면 층별로 5대양 6대주의 문화관을 설치할 계획인 모양이다. 그러나 우선 예산 확보가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아파트 30층 높이에 해당할 정도로 웅장한 이 탑을 재현하는 데는 기술적인 문제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도 예상된다. 아무튼 경주의 문화 인프라 구축에 한몫을 하고 있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상설 건물 광장에 이 탑이 세워진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이를 계기로 경주가 고도의 옛명성을 되찾게 되기 바란다.
이태수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