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더위가 계속되면서 특기.적성교육과 자율학습이 이뤄지는 고교 교실에서 전에 없던 갖가지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가장 달라진 것은 등.하교 모습. 학기 중에는 대다수 학생이 '늦게 등교하고 일찍 하교했으면'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으나 이번 방학에는 에어컨이 켜진 교실에 일찍 나왔다가 늦게 나가는 학생들이 적잖다는 것.
오후에 자율학습을 하지 않거나 일찍 끝나는 고교 1, 2학년생들 가운데는 비교적 시원한 학교 도서관에서 오후를 보내거나 집이 덥다며 저녁까지 교실에 남아 있는 숫자도 상당수. 오전 특기.적성교육이 끝난 후 삼삼오오 냉방이 잘 되는 공공도서관으로 향하기도 한다.
대부분 고교 교실에 설치, 가동되는 에어컨은 체벌용으로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업시간에 졸거나 잡담하는 학생들에겐 복도에 내보내는 게 가장 힘겨운 체벌로 통한다.
자율학습 시간에 소란스러운 학급의 경우 아예 감독 교사가 교실 앞뒷문을 열어 더운 바람을 한참 불어넣고 나면 분위기가 절로 잡히기도 한다는 것. 한 고교 교사는 "몇년 사이 교실마다 에어컨이 설치되면서 학생들의 생각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면서 "잠을 자더라도 시원한 학교가 낫다고 하니 올여름 학생들에겐 학교가 최고의 피서지인 셈"이라고 했다.
에어컨이 켜진 교실에서 하루 종일 생활하다 보니 냉방병에 힘겨워하는 학생도 생기고 있다. 학부모 윤모(46.대구 범물동)씨는 "고1인 딸애가 학교에 갔다 오면 피로해하고 두통이 생긴다는 걸 보니 에어컨 때문인 것 같다"며 "학교와 가정의 기온 차이로 인해 코감기나 두통을 호소하는 학생이 학급마다 여럿이라고 한다"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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