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아이라면 대체로 어릴 때 키를 머리에 쓰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소금을 얻어 본 소중한(?)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새벽같이 남의 집에 소금을 얻으러 가는데도 동네 아줌마는 용케도 오줌 싼 걸 알아차리고 소금 한 바가지 퍼 주면서 "또 지도를 그렸구나"하며 반드시 무안을 준다.
그 의문이 풀린 것은 철이 들고 난 후다. '오줌싸개'가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는 알지만 우리 어머니들은 이를 바로 꾸짖지않고 이렇게 무안과 수치를 통한 우회적인 방법으로 야뇨증(夜尿症)을 효과적으로 치료했다.
▲이같은 인간적 배려 덕택인가. 우리나라 아기들이 '대소변 가리기'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조사가 나왔다. 세계적인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BAI 글로벌이 최근 세계 11개국의 4세 미만 아기를 둔 엄마 3천477명을 대상으로 아기 배변훈련을 마치는 데 걸리는 기간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와 콜롬비아가 평균 23개월로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27개월, 프랑스 29개월, 호주·영국 31개월, 독일 33개월 등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앞서 '오줌싸개'가 훨씬 적다는 것은 그야말로 자랑할 만한 얘기다.
▲뿐만 아니라 기저귀를 뗀 유아가 이후 2주 동안 밤에 오줌을 싸는 횟수도 평균 0.2회에 불과, 콜롬비아 0.5회, 호주 1.8회에 비하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실수'가 적어 한 단계 뛰어 넘은 후에도 그 적응력이 대단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기들의 이같은 놀라운 '졸업'실력은 엄마의 정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대소변이 기저귀 밖으로 새는 것이 귀찮고 성가신가에 대한 질문에 프랑스 엄마들은 66%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한국 엄마들은 불과 9%만이 그렇다고 답변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야뇨증은 의학적으로는 자율신경이나 방광괄약근이 약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것이 제일 큰 이유라고 한다. 그러나 워낙 심인적 요소가 많아 동생이 태어나면 다 큰 형이 갑자기 오줌싸개가 되는 퇴행(退行)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 만큼 치유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들은 매를 전혀 들지 않고 이를 극복하도록 유도했으니 그 인간적 지혜가 놀랍다. 윤동주의 동시 '오줌싸개 지도'가 새삼 정겨운 것도 이 때문이다. "요에다 그린 지도/ 지난 밤에 내 동생/ 오줌싸 그린 지도/ 꿈에 가 본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 벌러 간 아빠 계신/ 만주땅 지돈가".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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