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준법 정신이 죽어 가고 있다

신용사면에 이어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한 사면 등 일련의 사면조치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런데 불행히도 우려했던대로 법을 우습게 아는 풍조가 사회에 만연되고 있어 걱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우선 지난 6월 월드컵 4강 신화 기념과 서민생활 불편해소 차원에서 무려 교통법규 위반자 481만 명에 대해 사면조치를 단행했다. 그 때도 법의 존엄성이 무너지고 준법정신이 흐트러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었다.

특히 뺑소니나 음주운전까지 사면해주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소리가 있었다. 보편성에 의존한다기보다는 선심성이 농후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요즘 교통경찰이 단속을 하면 "풀어줄 걸 왜 단속하느냐" "이보다 더한 것도 풀어주지 않았느냐"하는 등 불만이 속출하거나 불응하는 사태까지 낳고 있다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지난 2000년과 2001년에 약 200만 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를 사면조치 했다. 그리고 올 들어서는 소액다중(少額多重)채무자를 구제한다는 명분으로 개인 워크아웃제를 도입했다. 이는 어려운 가운데도 신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많은 선량한 시민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하는 형평성 시비를 가져오기 쉽다.

결국 '법 지킨 사람만 손해'라는 준법정신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낳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악용, 요즘 법원에는 파산선고를 받아내고는 채무를 탕감 받기 위해 면책을 신청하는 얌체 파산족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빚 얻어 흥청망청 놀다가 파산한 사람도, 사기성 사업을 하다 망한 사람도, 주식투자를 하다 파산한 사람도 모두 면책신청을 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악의적인 파산자는 여러 검증 방법을 통해 모두 가려지므로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법원은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얌체족은 늘어만 가고 있다니 걱정이다.

법질서를 위해서는 법적 조치이전 국민의 법의식을 선진화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나라 전체가 부패로 얼룩진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헌법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총리서리를 임명해 온 우리가 아닌가. 법보다는 정서가 우선되는 사회적 풍조를 가진 것이 솔직한 우리 현실이 아닌가. 지도층이든 시민이든 법 정신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두자. 비록 지난 달로 제헌절이 지나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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