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재정적자를 줄이려고 저소득층의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진료를 해달라는 취지로 전국 보건소나 보건지소 근무 공중보건의들에게 교육시켰다는 건 '건강보험'의 근본취지를 뿌리째 흔드는 발상이다.
지난달 9차례에 걸쳐 실시한 공중보건의들에 대한 교육에서 복지부는 고혈압, 당뇨 등 장기약물치료환자들에게 8~10일간씩 처방을 자주 하지 말고 아예 30일씩 처방하도록 하고 같은 성분이면 가급적 헐한 약을 쓰고, 소화제 등 가벼운 약제는 되도록 비보험으로 처리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복지부가 보험제도 자체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고 꼼수로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는 '술수행정'의 전형을 보인 것이다. 보건소나 보건지소를 이용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영세민이거나 저소득층이다. 이들에게 혜택은커녕 오히려 '부담'을 늘리도록 처방하라는 건 '복지차원'을 떠나 아예 '국민의 정부'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뭐가 다른가.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
물론 이같은 보건복지부의 근본취지를 전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약 1조8천억원에 이르는 보험재정적자가 났고 이는 앞으로 더욱 심화돼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는데다 올들어서만 3차례나 보험료까지 올려 원성이 자자해 '지출'을 줄이지 않고는 해결방안이 없는게 저간의 사정이다. 그래서 과잉진료 예방차원에서 이런 교육이 실시됐다는게 복지부의 해명이기도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지 별도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딱한 영세 저소득층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거의 술수에 가까운 방법을 쓰도록 한 그 치졸성은 보건복지부의 도덕성이 통째 의심받을 행태이다.
예컨대 일부 전문직의 턱없이 적은 보험료나 도시병원들의 과잉진료 등을 철저히 관리해서 적자를 메워야지 '영세 저소득층'을 울려서야 되겠는가. 이건 현 정권의 복지정책과도 정면 배치되는 '졸속행정'이다.
교육을 받은 의사들도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하지 말라는 것은 의사의 진료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공중보건의 사이트엔 "복지부 자신들의 무능을 저소득층 환자들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뒤늦게 복지부의 이런 발상을 전해들은 저소득층 환자들은 아마 이 정부에 강한 배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평지풍파를 자초한 보건복지부는 이번 처사를 즉각 취소하는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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