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폐경 여성엔 실보다 득많다

"여성 호르몬 요법이 유방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는데 계속 복용해도 괜찮습니까".

최근 호르몬 대체요법에 대한 미국 보건성의 경고 이후 많은 여성들이 호르몬 복용 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병.의원에는 이런 문제를 놓고 상담과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여성들은 50세쯤 되면 갱년기에 접어들어 사춘기보다 더 심한 변화를 겪는다. 얼굴에 홍조를 띠거나 식은 땀을 흘리고 근육이 아프거나 성 관계 때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표적 증상.

과거에는 여성들이 이같은 고통을 참고 살았지만 90년대부터 갱년기 장애 극복을 위한 호르몬 복용이 급증했다. 호르몬 복용 여성은 한국에 50만명, 미국의 경우 600만명에 이른다.

그렇다면 문제의 미 보건성 산하 WHI(Women's Health Initiative.여성건강에 대한 주도적 연구)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일반적으로 호르몬 대체 요법에 사용되는 호르몬 제제로는 주로 에스트로젠이 사용되며 자궁이 있는 여성에게 자궁내막을 보호하기 위해 황체호르몬 제제(프로제스테론)를 첨가한다.

현재 처방되고 있는 에스트로젠/프로제스테론 제제는 제형, 성분 및 투여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

이번 연구의 대상은 에스트로젠 제제 중 접합 마 에스트로젠과 프로제스테론 제재 중 메드록시프로제스테론 아세테이트를 함유한 모 제약사의 합성제제만을 지속적으로 투약한 경우이다.

WHI연구는 이 합성제제를 5년간 복용한 여성은 비교집단에 비해 연간 1만명당 유방암이 8례, 관상동맥질환 7례, 뇌졸중 7례, 폐색전증 8례가 더 발생했고, 대장직장암은 6례, 대퇴골 골절은 5례 더 발생했다. 그러나 전체 암의 발생 빈도에는 차이가 없다고 보고했다.

문제는 이 연구 결과를 그대로 국내에 적용하기는 무리라는 점. 이번 연구는 우리 나라 여성과 식생활 등 여러 여건이 다른 미국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호르몬 대체요법에 이용되는 많은 제제 중 오직 한 가지의 제제를 연구한 것이다.

따라서 저용량 접합 마 에스트로젠과 메드록시프로제스테론 아세테이트 병합요법, 성분이 다른 에스트로젠 및 프로제스테론 병합요법, 경피투여법 등의 효과에 적용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자궁적출술을 받은 여성의 에스트로젠 단독 요법은 연구를 중단할 만한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아 투약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대한폐경학회와 전문의들은 호르몬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고 한다.

호르몬은 노화를 막고 중풍, 골다공증에 많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유방암에 대한 위험성을 감안하더라도 유방암 검사를 하면서 약을 복용하도록 권유해 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호르몬 치료를 하면 모두 유방암이 생긴다는 얘기가 아니다. 5년 이상 사용하면 확실하게 유방암이 안 생긴다는 보장을 못한다는 뜻이다.

안면홍조나 골다공증 등 갱년기 증상이 심한 여성의 경우 호르몬 복용이 필요하다. 다만 복용기간을 5년 정도로 생각하고 유방암 검사를 병행하면서 복용하면 된다그러나 아무런 증상없이 막연히 젊어지는 약으로 생각하고 호르몬을 복용하는 경우는 끊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또 심혈관 질환만을 예방할 목적으로 접합 마 에스트로젠과 메드록시프로제스테론 아세테이트 병합요법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한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도움말=임재양(임재양외과 원장).김의현(대구파티마병원 내과과장)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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