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NLL 문제 입장차 재확인

6일 판문점에서 열린 주한 유엔군과 북한인민군의 장성급회담은 '6.29 서해교전' 문제를 다뤘는데도 매우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돼 최근 한반도의 해빙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이번 회담이 서해교전 후 한달여만에 처음 열려 양측의 '설전'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군 당국의 당초 우려와는 달리, 상대방의 주장을 진지하게 경청하면서 자기주장을 전개하는 등 전례 없이 건설적인 회담이었다는 평가다.

이는 지난 99년 연평해전후 유엔사와 북한군의 장성급회담과도 대조적이다.지난 2000년 11월 이후 20개월만에 열린 이날 회담의 성과는 크게 몇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양측은 서해교전과 같은 무력충돌 사태가 재발돼서는 안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모든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자는데 합의했다.

회담에 동석한 이정석 준장(한국군 대표)은 "양측은 언제 어떠한 문제가 있더라도 항상 대화를 통해 해결하도록 하자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 유엔사와 북한군은 앞으로 있을 새로운 대화절차와 정기적인 실무급회담 등 예방조치들을 논의했다고 황의돈 국방부대변인은 전했다.

또 무력충돌 재발방지를 위한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에서도 양측은 원칙적인 수준이지만, 그 필요성에 공감대를 갖게 된 부분을 들 수 있다.

유엔사측 수석대표인 솔리건 소장은 이날 구체적인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들을 제시했고, 북한군도 몇가지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엔사와 국방부는 양측이 제안한 구체적 내용에 대해 "장성급 회담의 비공개 원칙과 다음 회담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공개를 거부했다.

셋째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한국군의 '동등 발언권'을 인정한 대목이다.

이날 회담에서 한국군 대표인 이 준장이 기조발언을 통해 북 경비정의 서해도발에 강력히 항의하고 사과와 관련자 처벌, 재발방지 등을 강력 촉구했으나, 북측은 별다른 항의없이 조용히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 준장의 기조발언을 북측은 앞서 5일 실무회담에서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전에 북한은 정전협정이 유엔군사령관과 조선인민군총사령관이 서명한 협정이라는 점을 들어, 남북대화 보다 북미대화를 우선한다는 입장에서 한국군의 발언권을 인정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서해교전의 발생원인 및 책임 문제와 NLL 관련 부분에서는 서로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그었다. 특히 북한은 서해교전과 관련해 '유감'이나 '사과'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유엔사는 북 경비정의 서해도발은 정전협정 위반으로, 군사정전위 특별조사단과 중립국감독위 요원들이 현장조사를 벌일 것이라는 점을 북측에 통보했다. 북한군은 침몰 고속정 인양작전으로 긴장을 조성하는 것을 막아야 하고, 해상충돌의 원인은 명확한 해상경계선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한국군 대표인 이 준장은 "NLL 문제는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 과정에서 한국민의 공감대를 얻어가며 남북간에 논의할 사항"이라고 말해 유엔사와 북한군 간의 장성급회담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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